영화는 말한다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1993)_사랑이 사라지면 고통이 숨을 쉰다

영화는설왕은 2022. 9. 9. 10:07

 

https://youtu.be/R_CQlY6a9uk

 

*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은 톰 행크스와 멕 라이언이 주연한 로맨틱 코미디 영화입니다. 1993년 작품입니다. 오늘이 2022년 5월 14일이니까 벌써 30년 전 영화네요. 요새 사람들이야 잘 모르겠지만 멕 라이언은 90년대에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할리우드 여배우였습니다. 요새는 활동이 거의 없지만요. 톰 행크스는 여전히 활동 중인 배우이죠. 90년대 이 두 사람의 인기는 최고였습니다. 두 사람이 나오는 것만으로도 흥행이 보증되는 영화였습니다. 역시나 이 영화는 가볍고 잔잔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으로 꽤나 흥행했습니다. 저는 영어 공부한다고 이 영화를 반복해서 봤습니다. 자극적인 내용이 없고 욕도 별로 없고 평범한 일상 언어를 배울 수 있는 영화죠. 

 

* 줄거리

한 문장으로 말하면, 아내와 사별한 남자가 새로운 운명의 여자를 만나는 이야기입니다. 

 

 

* 특별한 점

1. 샘(톰 행크스)에게는 조나라는 어린 아들이 있습니다. 조나는 상담해 주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전화해서 아빠에게 아내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그러자 상담해 주는 박사가 아빠를 바꿔달라고 하고 샘과 박사의 대화가 이어지죠. 사별한 남자가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이야 흔한 일일 수 있지만 어린 아들이 아빠에게 아내가 필요하다고 상담사에게 도움을 구하는 경우는 흔치 않은 일입니다. 이 방송에서 상담해 주는 박사는 샘에게 Sleepless in Seattle이라는 별명을 붙여 줍니다. 그리고 샘은 이 방송으로 인해서 꽤 유명해지죠. 

 

2. 제목이 Sleepless in Seattle이지만 영화의 마지막은 뉴욕 맨해튼에 있는 엠파이어 스태이트 빌딩이 장식합니다. 맨해튼에는 높은 빌딩이 많이 있습니다. 앰파이어스 태이트 빌딩은 꽤 높은 빌딩이지만 제일 높은 빌딩은 아닙니다. 1931년부터 1972년까지 제일 높은 빌딩이었습니다. 영화가 만들어진 당시에는 이미 제일 높은 빌딩은 세계무역센터 빌딩이었습니다. 꽤 오랫동안 세계 최고층 빌딩이었기 때문에 영화의 배경이 된 적이 많았습니다. 킹콩도 올라간 적이 있고요. 이 영화에서 오마주하고 있는 영화 "An Affair to Remember"(1957)에서 약속 장소도 바로 엠파이어 스태이트 빌딩입니다. 

 

3. 시애틀에 사는 남자가 뉴욕에서 새로운 운명의 여자를 만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저는 잘 몰랐습니다. 영화에서 샘은 아들 조나에게 엠파이어 스태이트 빌딩에서 누군가를 만나기로 약속한다는 것이 얼마나 실현 불가능한 일인지 미국 지도를 보여 주면서 말합니다. 지도로 보면 끝에서 끝인데, 저는 그 장면을 보고도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몰랐습니다. 왜 안 된다는 것인지 이해를 못 했죠. 미국에 가서 생활해보니 그 의미를 알게 되었습니다. 미국 서쪽 끝에서 동쪽 끝까지는 비행기로 5시간이 걸리고 자동차를 타고 이동하면 꼬박 일주일 정도 걸리는 거리입니다. 물리적으로 너무 멀기 때문에 심리적으로도 거리감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미국에는 살면서 뉴욕 맨해튼에 한 번도 못 가본 사람이 많다고 합니다. 우리가 미국 하면 뉴욕을 떠올리니까 미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가봤을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죠. 

 

 

* 기억에 남는 대사

1. 나는 매일 아침 침대에서 일어날 거예요. 그리고 숨을 들이쉬고 숨을 내쉬겠죠, 하루 종일.

I’m going to get out of bed every morning… breathe in and out all… all day long.

 

상담사가 샘에게 아내가 죽은 후 어떻게 지내는지 물어봤을 때 샘은 이렇게 대답을 시작합니다. 샘이 얼마나 아내를 사랑했는지 그 느낌이 전해지는 대사였습니다. 사람은 아침에 일어나면 자연스럽게 침대 밖으로 나오게 됩니다. 그런데 그렇게 마음을 먹어야 잠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고 내가 숨을 쉬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면서 억지로 하듯이 숨을 들이쉬고 내쉬어야 하는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은 삶 자체가 고통이라는 뜻이겠죠. 고통스러운 삶을 사는 사람에게 삶은 축복이 아니라 저주일 수도 있습니다. 이 말이 샘의 고통을 고스란히 전달해 주었습니다. 

 

2. 그것은 마법 같았죠.

It was like magic. 

 

샘은 자신의 아내가 될 여자의 손을 잡는 순간 그 여자가 자신이 함께 할 운명의 여자라는 것을 단박에 알아차렸다고 말합니다. 그것은 어떻게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이었죠. 그래서 이렇게 말합니다. "그것은 마치 마법 같았죠." 애니가 꿈꾸는 사랑도 바로 그런 것이었습니다. 조건이 맞는 남자 또는 능력이 있는 남자를 만나서 적당하게 결혼하는 것이 아니라 기적과도 같은 운명적인 사랑을 꿈꾸죠. 그리고 이유를 알 수 없게도 샘에게 계속 끌립니다. 심지어는 볼티모어에서 시애틀로 날아가 샘을 멀리서 바라봅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인사를 하게 되죠. "Hello"라고 말이죠. 그리고 애니는 말합니다. "내가 말할 수 있었던 것은 안녕뿐이었어."And all I could say was… hello. 

 

 

* 나의 이야기

미국에 있을 때 엠파이어 스태이트 빌딩에 올라가 봤습니다. 미국의 대표 관광 명소입니다. 맨해튼에서 거의 제일 높은 빌딩이기 때문에 올라가면 맨해튼이 한눈에 내려다 보입니다. 바람도 무척 많이 불었습니다. 사람도 매우 많아서 북적대는 곳이죠. 그리고 엠파이어 스태이트 빌딩 주위를 걸어 다니면 입장권 할인해 줄 테니까 엠파이어 스태이트 빌딩 올라가라고 부추기는 사람이 매우 많습니다. 아마도 다 관광 회사 직원이겠죠?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에서 보았던 마법 같은 사랑이 이루어지는 로맨틱한 장소를 꿈꾸었다면 빌딩에 들어가서 검색을 당하는 과정에서 그 환상이 모두 깨집니다. 세계 무역 센터가 테러로 인해서 무너진 이후로 보안검색이 더 강화되어서 꽤 오랫동안 줄을 서서 검색대를 지나야 전망대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매우 불편하고 다소 불쾌하고 지루하기도 하죠. 전망대에 올라가는 것보다 엠파이어 스태이트 빌딩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것이 더 기념이 되고 영화에서 보았던 아름다운 장면에 대한 기억을 헤치지 않을 것 같습니다. 

 

* 영화가 주는 한 문장

사랑이 사라지면 고통이 숨을 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