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말한다 36

[영화] 엘리멘탈 (2023)_4원소론 아직도 쓸모가 있을까?

2023년에 개봉한 픽사의 27번째 영화 '엘리멘탈'. 나는 2023년 버스 광고판에서 이 영화의 포스터를 보았다. 엘리멘탈이라는 제목과 그림들을 보니 무슨 내용을 기본으로 삼고 있는지 한눈에 들어왔다. 엠페도클레스의 4원소론. 기원전 5세기에 나온 이론인데 그 당시부터 꽤나 유행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래서 많은 학자가 그의 4원소론으로 세상을 이해했고 원소가 발견되기 전까지는 줄기차게 소환되었을 것이다. 2500년 전 이론인 4원소론은 일존의 재미있는 이야기 정도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지 전혀 사실이 아니다. 그런데 갑자기 엘리멘탈이라고? 그래서 전혀 안 보고 싶었다. 너무 뻔한 이야기가 아닐까? 그런데 웬걸, 우리나라에서 꽤나 오랫동안 극장에 걸리면서 흥행을 했다. 우리나라에서만 700만 이상의 관..

영화는 말한다 2024.01.13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1989)_로빈 윌리엄스 보고 싶다

죽은 시인의 사회는 유명한 영화다. 학창 시절 때에도 이 영화는 많은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며 이 영화 정도는 봐야 대화가 통하는 상식과 같은 영화였다. 그러나 나는 안 봤다.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데다가 내용이 너무 뻔하지 않을까라는 예상과 함께 건너뛰었다. 요새 나오는 영화도 많은데 1989년에 나온 영화를 본다는 것이 별로 내키지 않아서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이 영화는 나와 멀어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2023년 12월 2일에 이 영화를 보고야 말았다는 사실. 이 영화를 봐야 할 이유 세 가지. 1. 로빈 윌리엄스 보고 싶지? 이 영화를 보게 된 것은 아마도 로빈 윌리암스를 보고 싶어서였던 것 같다. 그가 나온 영화는 유쾌하고 재밌는 영화가 많았다. 그의 연기는 사람을 웃게 만들었고 그가 나온..

영화는 말한다 2023.12.03

[영화] 업 (2009)_삶이 너무 어렵고 지극히 평범하다고 느낀다면

UP은 2009년 픽사가 열 번째로 만든 애니메이션 영화이다. 이토록 짧은 제목의 영화가 또 있을까? 영어로 두 글자, 한국말로 한 글자니까 이것보다 더 짧기는 어려울 것 같다. 한국말로는 더 짧은 것은 불가능이고 영어는 한 글자 제목도 있을 수 있으니까 제일 짧은 제목은 아닐 것도 같다. 그래도 내가 아는 영화 중 가장 짧은 제목의 영화다. 일단 제목이 마음에 든다. UP이니까 위로 올라가는 것이고 상승하는 기분이고 영화 포스터를 보면 풍선을 타고 날고 있는 집을 볼 수 있어서 자유로운 느낌도 든다. 영화의 초반 5분 정도는 아마 안 본 사람이 거의 없을 것 같다. 칼과 엘리의 결혼 생활을 짧게 짧게 보여주면서 시간이 경과하는 것과 중간에 일어났던 사건들을 잘 묘사하고 있다. 아카데미 음악상을 받은 M..

영화는 말한다 2023.10.15

[영화] 캐스트 어웨이(2000)_힘을 빼라

20세기 말에 톰 행크스는 대단했다. 물론 21세기에도 좋은 영화에 많이 출연했지만 나는 1990년대에 그가 출연한 영화는 꼭 보려고 노력했다. 그리 잘 생기지는 않았지만 로맨스 영화에 자주 출연했고 연기도 자연스러웠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리 잘 생기지 않는 덕분에 그의 외모보다는 그가 했던 말과 행동이 더 생각이 나는 것 같다. 톰 행크스가 젊을 때 나온 '빅'이라는 영화도 좋았고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도 내가 좋아하는 영화다. '유브갓 메일'도 여러 번 보았다. 맥 라이언과 톰 행크스가 호흡을 맞춘 영화라서 더 좋았다. 가장 히트했던 영화는 '포레스트 검프'를 들 수 있겠고 '라이언 일병 구하기'도 있고 그 외에도 찾아보면 많은 것이다. '캐스트 어웨이'도 재밌게 본 영화 중 하나다. 캐스트..

영화는 말한다 2023.09.08

[영화] 어바웃 타임(2013)_평범하게 특별하게

- 2013년에 개봉한 시간여행 영화. - 시간여행을 좋아한다면 반드시 봐야 할 영화. -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고민한다면 도움이 되는 영화. https://youtu.be/um7IaaRVtnQ 독특한 설정 남자 주인공 팀(도널 글리슨)은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바로 자신이 기억하는 과거의 어느 시점으로 돌아갈 수 있는 능력. 팀의 시간여행은 자신의 기억에 의존한다. 자신이 기억하는 어느 시점으로만 돌아갈 수 있다. 미래에 대한 기억이 없으니 당연히 미래로 갈 수는 없다. 팀의 능력은 가문의 남자들에게 대대로 내려오는 능력이다. 아버지는 팀이 성인이 되는 날 그 능력을 알려 준다. 그래서 팀은 과거로 돌아가서 자신의 실수를 없애기 위한 시간 여행을 반복한다. 잘못했던 일도 바로잡고 미숙하게 했던 일..

영화는 말한다 2023.08.09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 (1992)_맥클레인 목사님의 마지막 설교

지금처럼 영화가 쏟아지는 시절이 아니던 1990년대. 그 당시에는 괜찮은 영화가 나오면 어떻게 해서든 그 영화를 찾아서 보곤 했다. 시간 때우기로 영화를 보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이 본 좋은 것을 나도 보고 싶다는 열망으로 극장을 찾거나 아니면 비디오 가게에서 테이프를 빌렸다. 인기 있는 영화는 대여하기도 힘들었다. 그러던 시절에 누구나 다 한 번쯤은 보았을 영화가 "흐르는 강물처럼"이다. 무엇보다도 영화 포스터에 매료되었던 것 같다. 강의 한 바위 위에서 낚싯줄을 던지는 한 사내, 그리고 그의 머리 위로 춤을 추듯 돌아가고 있는 낚싯줄. 그리고 이 영화의 제목은 "흐르는 강물처럼"이다. 현실을 벗어나고 싶어서 화면으로 눈을 돌리는 사람에게 이것보다 더 비현실적이면서도 동시에 현실에 있을 만한 장면이 ..

영화는 말한다 2023.07.09

[영화] 중경삼림 (1994)_사랑의 유통기한

https://youtu.be/MhFU8vjKwCk 일단 이 영화는 전혀 촌스럽지 않다 남들이 명작 영화라고 부르는 영화를 볼 때 당황스러움이 몰려올 때가 있다. 어디가 왜 명작이라는 걸까? 이런 질문을 나도 모르게 할 때가 있다. 창피한 의문일 수 있다. 명작을 알아보는 눈이 나에게는 없다는 것을 고백하는 것이니까. 왕가위라는 명감독이 만들었으니까 명작이라는 걸까, 임청하와 양조위와 같은 정상급 배우가 나와서 명작이라는 걸까? 나는 왕가위 감독을 좋아하지도 않고 그의 작품을 제대로 본 것도 없다. 왕가위 감독이 한창 작품 활동을 할 때는 내가 너무 어렸고 세상을 좀 알게 된 지금은 1990년대 영화란 내게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영화다. 양조위나 임청하도 내가 좋아하는 배우는 아니다. 함께 나오는 왕페..

영화는 말한다 2023.06.11

[영화] 조 블랙의 사랑(1998)_왜 브래드 피트인가?

https://youtu.be/j__uep2JTc0 1998년에 개봉한 "조 블랙의 사랑"은 브래드 피트가 가장 잘 생기게 나온 영화일 것이다. 안 그래도 잘 생긴 사람인데 말끔하게 차려입고 격식 있는 말과 행동을 하면서 가끔 귀여운 짓도 하니 보는 사람을 홀리는 수준이다. 나는 잘 생긴 배우가 자신이 잘 생겼다는 것을 인식하면서 행동하는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감독이 시킨 것인가, 아니면 시나리오에 그렇게 나와 있는 것인가, 아니면 자신의 평소 행동인가? 그것이 궁금하다. 그런 연기가 좀 재수 없는 느낌이다. 그래서 나는 삶과 죽음이라는 주제보다도 오히려 왜 저승사자를 저렇게 잘 생긴 사람이 할 필요가 있었을까, 라는 의문을 품으며 영화를 보았다. 참고로 영화는 3시간이 넘는다. 아바타와 같이 끝없는..

영화는 말한다 2023.05.15

[영화] 신과함께: 죄와 벌(2017)_우리에게 필요한 지옥은?

보고 싶지 않았는데... "신과함께"를 보고 싶지 않았다. 스토리가 너무 뻔할 것 같고 컴퓨터 그래픽으로 도배된 영화는 현실감이 떨어지기 때문에 그다지 끌리지 않았다. 달리 말하면, 어떤 사람이 죽어서 지옥을 체험한 후 회개한 이야기일 것 같았고 우리나라 영화의 컴퓨터 그래픽 실력을 아직 믿을 수 없었다. 로빈 윌리엄스가 주연으로 나온 "천국보다 아름다운"(1998)에서 사후 세계에 대한 묘사에 실망한 적이 있었서 그런지 어설픈 지옥 묘사가 보고 싶지 않았다. 그 후로 벌써 20년이 지나긴 했지만 천국이나 지옥을 그린다는 것이 결국 우리가 본 적이 없는 세상을 그리는 것인데 어려운 작업이라는 것을 그 영화를 통해 각인하게 되었던 것 같다. 너무 이질적이어도 안 되고 이 세상과 너무 비슷해도 실망하게 될 ..

영화는 말한다 2023.04.06

[영화] 어바웃 어 보이 (2002)_사람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우리나라에서 월드컵이 치러질 때 상영한 영화이다. 오래전에 보았을 때도 재미있게 보았는데 2023년에 다시 볼 때도 흥미롭게 보았다. 일단 휴 그랜트라는 인물이 주는 매력이 있다. 어눌하고 어리숙한 것 같으면서도 날카로운 구석이 있고 미운 짓을 하는데도 묘하게 밉지가 않은 캐릭터이다. 꼴 보기 싫은 캐릭터가 있는 반면에 계속 말을 걸고 싶은 캐릭터가 있다. 휴 그랜트는 대화하고 싶은 캐릭터이다. 의 주인공 윌 프리먼은 휴 그랜트의 매력이 잘 드러나는 인물이다. 그리고 마커스 역을 한 니콜라스 홀트 역시 아주 좋은 연기를 보여 준다. 이 영화는 다른 것보다 두 사람의 매력이 가장 중요한 영화인데 휴 그랜트와 니콜라스 홀트가 그 역할을 훌륭하게 잘 해냈다. 줄거리 윌 프리먼은 혼자 사는 것을 좋아하는 독신 ..

영화는 말한다 2023.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