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말한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1989)_로빈 윌리엄스 보고 싶다

영화는설왕은 2023. 12. 3. 22:25

죽은 시인의 사회는 유명한 영화다. 학창 시절 때에도 이 영화는 많은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며 이 영화 정도는 봐야 대화가 통하는 상식과 같은 영화였다. 그러나 나는 안 봤다.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데다가 내용이 너무 뻔하지 않을까라는 예상과 함께 건너뛰었다. 요새 나오는 영화도 많은데 1989년에 나온 영화를 본다는 것이 별로 내키지 않아서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이 영화는 나와 멀어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2023년 12월 2일에 이 영화를 보고야 말았다는 사실.

 

 

이 영화를 봐야 할 이유 세 가지.

 

1. 로빈 윌리엄스 보고 싶지?

이 영화를 보게 된 것은 아마도 로빈 윌리암스를 보고 싶어서였던 것 같다. 그가 나온 영화는 유쾌하고 재밌는 영화가 많았다. 그의 연기는 사람을 웃게 만들었고 그가 나온 영화는 보고 나면 기분이 좋았던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그는 이제 하늘의 별이 되었고 그를 볼 수 있는 방법은 그가 나온 영화를 통해서이다. 다행히 1989년에 개봉한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로빈 윌리엄스는 젊고 재기 발랄해 보였고 여전히 유쾌했다. 이 영화에서 로빈 윌리엄스는 영원히 죽지 않고 이런 모습을 유지하고 있을 것이라는 사실이 뭐랄까 위안을 주었다. 웃기기만 한 것이 아니라 그가 맡은 존 키팅 선생님으로부터 배울 것이 많았다. 키팅을 다른 사람이 했다면 어땠을까? 상상하기 힘들다. 로빈 윌리엄스만큼 키팅과 어울리는 사람을 찾기가 어려울 것 같다. 

 

2. 좋은 수업을 듣고 싶다면...

키팅 선생님의 수업 장면이 꽤 여러 번 나온다. 처음에 책에 나온 유명한 학자의 이론을 찢어버리라는 파격적인 수업에서부터 다양한 수업 장면이 나온다. 단지 파격적이라는 것뿐만이 아니라 모두 내용이 좋았다. 다른 관점을 가져 보라는 가르침도 학생에게는 매우 필요한 가르침이고 영화에서 주문처럼 수없이 나오는 카르페 디엠도 두고두고 곱씹어 보면서 생각해 볼 말이다. 한 학기의 수업에서 인생에 남을 만한 한 가지 가르침을 남기기도 어려운데 두 시간 영화를 보고도 평생 기억할 만한 가르침이 네다섯 가지는 될 정도였다. 가르치는 방법도 마음에 들었다. 단지 다른 관점을 가지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교탁에 올라서 보라고 시킨다. 학생들은 뭐 이런 선생님이 다 있나 하고 한 사람씩 교탁에 올라갔다 내려오지만 이렇게 몸으로 익힌 가르침은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다. 키팅의 강의도 좋았고 강의 방법도 마음에 들었다. 나도 강의할 때 이런 새로운 시도의 필요성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었다. 

 

3. 카르페 디엠의 의미

카르페 디엠이라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는데 도대체 누가 이 말을 널리 퍼뜨리게 되었을까 궁금했다. 아마도 이 영화일 것 같다. 죽은 시인의 사회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카르페 디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느끼는 카르페 디엠의 의미는 좀 가벼운 것이었다. 너무 진지하게 또는 너무 미래지향적으로 살지 말고 이 순간을 즐기고 오늘을 행복하게 살라는 의미로 들었다. 그 말도 틀린 것은 아니다. 어쨌든 카르페 디엠을 영어로 번역한 Seize the day도 오늘을 붙잡으라는 말이니 이런 번역이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 느낌이 다르다. 카르페 디엠은 가벼운 것이 아니라 대단히 무거운 것이고 또한 용기가 필요하고 그 대가가 상당할 수도 있는 것이다. 오늘을 즐기라보다는 너를 둘러싸고 있는 거대하고 무거운 압박을 깨고 나오라는 응원과도 같은 말이라고 느꼈다. 나는 카르페 디엠에 대해서 잘못 이해하고 있었던 것 같다. 

 

질문 1. 굳이 카르페 디엠을 해야 할까?

키팅 선생님의 가르침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아 보였다. 모든 학생이 키팅 선생님을 따르고 좋아한 것은 아니었겠지만 많은 학생이 그를 좋아한 것은 사실이었다. 그는 죽은 시인의 사회를 부활시켰고 그를 통해 많은 학생이 자신 안에 있는 불꽃을 들여다보고 그 불꽃이 활활 타오르게 했다. 하지만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았고 그로 인해 생기는 결과도 감당하기 힘든 것이었다. 누군가는 두드려 맞을 수도 있고 누군가는 죽을 수도 있고 누군가는 직장에서 쫓겨날 수도 있다. 부작용이 너무 심하다. 그냥 열심히 공부해서 아이비리그에 가고 하바드에 가서 의사가 된다면 그냥 더 낫지 않을까? 우리는 굳이 카르페 디엠을 해야 하는 것일까? 

 

질문 2. 문제를 알고 있는데 왜 전혀 나아지지 않았지?

죽은 시인의 사회는 1989년에 나왔다. 많은 사람에게 감명을 주었고 그들은 카르페 디엠에 동의했다. 그런데 2023년의 지금은 그때보다 나아졌을까? 자신의 생각과 재능과 의지와는 상관없이 명문대학에 진학하고 의사가 되려는 웰튼 학교의 아이들이 점점 더 사라지게 되었나? 그렇지 않은 것 같아서 씁쓸하다. 좋은 학교를 나온 사람들은 자신의 재력과 권력과 정보력으로 자신들의 아이 역시도 명문대학에 집어넣으면서 명문대학은 더욱 보수화되고 있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은 자신의 적성과는 상관없이 의대를 진학하려고 시도하는 경우도 많다. 명문대학에 가고 의사가 되는 것 다 좋은 일인데 그렇게 사는 것이 재미있을까? 자신의 불꽃을 점점 더 잃어가고 있는 것 같다. 문제는 알고 있는데 해결을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유는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