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말한다

[영화] 어바웃 타임(2013)_평범하게 특별하게

영화는설왕은 2023. 8. 9. 11:05

- 2013년에 개봉한 시간여행 영화.

- 시간여행을 좋아한다면 반드시 봐야 할 영화.

-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고민한다면 도움이 되는 영화.

 

https://youtu.be/um7IaaRVtnQ

독특한 설정

남자 주인공 팀(도널 글리슨)은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바로 자신이 기억하는 과거의 어느 시점으로 돌아갈 수 있는 능력.  팀의 시간여행은 자신의 기억에 의존한다. 자신이 기억하는 어느 시점으로만 돌아갈 수 있다. 미래에 대한 기억이 없으니 당연히 미래로 갈 수는 없다. 팀의 능력은 가문의 남자들에게 대대로 내려오는 능력이다. 아버지는 팀이 성인이 되는 날 그 능력을 알려 준다. 그래서 팀은 과거로 돌아가서 자신의 실수를 없애기 위한 시간 여행을 반복한다. 잘못했던 일도 바로잡고 미숙하게 했던 일도 능숙하게 해내고 때로는 선의를 베풀기 위해서 과거로 돌아가기도 한다. 일단 이런 설정 자체가 독특해서 초반에 영화에 빨려들어간다. 만약에 내가 기억하고 있는 과거에 돌아갈 수 있다면 어떻게 할까? 아마도 영화를 보는 사람들도 팀의 시간여행을 보면서 자신들도 없애고 싶은 흑역사의 과거로 돌아가보고 싶다고 생각할 것이다. 시간여행을 하는 방법도 아주 간단하다. 어둡고 밀폐된 곳에 들어가서 눈을 감고 주먹을 꽉 쥔 상태에서 가고 싶은 과거로 떠올리고 그 다음 눈을 뜨고 밖으로 나오면 된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이 영화는 단순한 시간여행 영화가 아니라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고민하는 영화이다. 시간여행을 통해서 자신의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다면 또는 불행한 일을 막을 수 있다면 더 나은 삶,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까? 팀은 시간여행을 통해 답을 찾아간다. 팀의 아버지가 팀에게 시간여행 기술을 알려주었지만 사실 아버지가 원하는 바는 팀이 시간여행을 통해 인생을 잘 살아가는 법을 터득하는 것이고 결국은 시간여행을 그만하게 되는 것이다. 아버지가 팀에게 다음과 같이 시간여행을 해보라고 조언한다.

 

첫째, 가장 평범한 하루를 살아라. 정말 특별할 것 없는 하루, 너무 평범해서 기억이 하나도 날 것 같지 않은 그런 하루를 살아보라고 조언한다.

둘째, 그 하루를 다시 살아라. 그런데 이번에는 긴장과 조바심과 짜증에서 벗어나서 순간순간을 즐겁게 느끼며 살아보라고 조언한다.

 

그래서 팀은 아버지의 조언대로 실천한다. 처음에는 그냥 평범한 하루를 바쁘게 살아간다. 별다른 생각 없이. 두 번째는 아버지가 가르쳐 준대로 살짝살짝 양념을 가미한다. 고객의 무리한 요구를 받는 동료를 위로하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재판에 변론을 하러 가는 도중에 아름다운 주변 환경을 느끼며 감탄한다. 그리고 지하철 옆자리에 앉은 사람의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추어 기타 반주를 치는 흉내를 내 본다. 그러면서 팀은 평범한 하루를 특별하게 보내는 방법을 익힌다. 사실 우리가 보내는 하루하루가 정말 특별한 하루하루임을 깨달으라는 아버지의 조언.

 

 

당신의 선택은?

그래서 나는 생각해 봤다. 만약 내가 날마다 거의 똑같은 하루를 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그래서 기본이 되는 하루를 정할 수 있다면 나는 어떤 하루를 택할까? 정말 멋진 풍경을 볼 수 있고 하루 종일 별일 없이 특별한 걱정 없이 돌아다닐 수 있는 여행하는 날을 택할까? 예를 들어 그랜드캐년에 놀러간 날을 반복하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정말 평범한 하루를 택하는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밥을 차려 먹고 커피를 마시고 일하러 나갔다가 들어와서 가족과 함께 저녁을 먹고 아내와 산책하는 하루. 특별한 여행일과 평범한 하루, 둘 중에 하루를 계속 반복해서 살아야 한다면 나는 어떤 하루를 선택할까? 아마도 나는 후자를 선택할 것 같다. 어쩌면 내가 살고 있는 지금의 하루하루가 몇십 년간 내가 준비하고 만들어온 특별한 하루하루일지도 모른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보내는 평범한 시간들이 내게는 가장 특별할 것 같다. 

 

 

계속 불행한 일을 피한다면...

그리고 이 영화가 주는 또 하나의 메시지는 불행한 일에 대한 것이다. 불행한 일을 막을 것인가, 아니면 그대로 둘 것인가? 팀은 자신의 시간여행 능력을 알게 된 이후에 불행한 일을 막으려고 노력한다. 동생의 자동차 사고를 막기 위해 과거로 돌아가기도 하고 삼촌의 연극 공연이 엉망으로 끝나는 것을 막기 위해 시간여행을 한다. 삼촌의 연극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치는 데 도움을 주기는 했지만 그로 인해서 팀은 소개팅을 놓치게 된다. 결국 다시 그 여자를 찾아냈지만 이번에는 그 여자에게 이미 남자 친구가 생겼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팀은 또다시 과거로 돌아간다. 그래도 팀은 이 문제를 잘 해결해냈다. 하지만 여동생의 자동차 사고를 막은 것으로 인해서 팀의 아이가 바뀌는 일이 생겼다. 불행을 막기 위해 더 불행한 일이 생겨나자 팀은 자동차 사고를 막은 것을 되돌린다. 여기서 불행한 일을 막지 말아야 할 이유를 하나 발견할 수 있다. 불행한 일을 막으려다가 더 불행한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

 

만약에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다면 나에게 생기는 모든 불행한 일을 막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정말 내가 생각하기에 행복한 길로만 꽃길로만 걷는다면 그 인생이 정말 큰 행복을 누리는 인생이 될까? 아닐 가능성이 높다. 때로는 정말 대단한 행복과 성취로 이끄는 길 또는 그 길로 들어가는 문은 불행한 길 또는 불행한 문일 수 있다. 그런데 불행의 문, 또는 불행의 길의 마지막에는 특별한 행복이 기다리고 있을지 누가 아는가? 어쩌면 행복의 길만 걷게 된다면 우리의 삶은 오히려 더 불행해질지도 모른다. 그리고 정말 불행하고 당혹스러운 날이라고 느꼈던 날도 나중에 그날을 되돌아보면 오히려 기억에 남는 재밌고 행복한 날이 될 수도 있다. 그런 생각의 전환을 가져다 주는 장면이 바로 팀과 메리의 결혼식이다. 비가 억수로 쏟아지고 바람이 불던 날 팀과 메리는 결혼한다. 그런데 그날 팀과 메리가 행복했던 것으로 기억하는 것은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기억에 남는 소개팅 장면

마지막으로 팀의 소개팅 장면. 아마도 그 당시에는 그런 데이트도 유행하기도 했던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데이트를 들어본 적이 있는 것 같다. 정말 불편한 것 같은 데이트인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방에서 소개팅을 하는 것이다. 물론 아무런 생각없이 이런 만남을 만든 것이 아니다. 눈에 보이는 외모 때문에 상대방의 내면을 제대로 보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에 눈을 가리고 상대방을 만나보려는 시도이다. 우리나라에서 오랫동안 방송하고 있는 '복면가왕'이 가지고 있는 콘셉트와 비슷하다. 그래서 팀은 소개팅에서 만난 메리(레이첼 맥아담스)를 매우 마음에 들어 한다. 마음이 통했던 것. 그리고 이 소개팅은 상대방이 마음에 들면 바깥에 다시 만날 수 있다. 팀은 메리를 밖에서 만나고 더 마음에 들어 한다. 보통 우리가 다른 사람을 만날 때 우리가 받은 첫인상은 시각에 의한 것이다. 대부분 그렇다. 상대방의 외모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 사람의 목소리가 좋아도 귀에 들어오지 않고 그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려고 하지 않을 때도 있다. 목소리와 내용에 집중할 수 있는 소개팅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영화의 한 장면으로는 다소 모험이 아니었을까? 사람들은 영화를 들으러 오는 것이 아니라 보러 오니까.  

 

 

마지막으로

평범하게, 특별하게.

더 나이가 들어서 다시 본다면 눈물이 날 것 같은데... 나의 예상이 맞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