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말한다

[영화] 엘리멘탈 (2023)_4원소론 아직도 쓸모가 있을까?

영화는설왕은 2024. 1. 13. 22:56

2023년에 개봉한 픽사의 27번째 영화 '엘리멘탈'. 나는 2023년 버스 광고판에서 이 영화의 포스터를 보았다.

 

 

 

엘리멘탈이라는 제목과 그림들을 보니 무슨 내용을 기본으로 삼고 있는지 한눈에 들어왔다. 엠페도클레스의 4원소론. 기원전 5세기에 나온 이론인데 그 당시부터 꽤나 유행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래서 많은 학자가 그의 4원소론으로 세상을 이해했고 원소가 발견되기 전까지는 줄기차게 소환되었을 것이다. 2500년 전 이론인 4원소론은 일존의 재미있는 이야기 정도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지 전혀 사실이 아니다. 그런데 갑자기 엘리멘탈이라고? 그래서 전혀 안 보고 싶었다. 너무 뻔한 이야기가 아닐까? 그런데 웬걸, 우리나라에서 꽤나 오랫동안 극장에 걸리면서 흥행을 했다. 우리나라에서만 700만 이상의 관객이 들었다. 그래서 봤다. 뭐가 특별한 것이 있었나?

 

 

1. 눈과 귀가 즐겁다.

처음에 볼 때는 몰랐는데 두 번째 보니까 이 영화는 정말 화려한 영화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처음에는 이야기를 따라 가느라고 화면을 자세하게 안 봤는데 두 번째 볼 때는 줄거리를 이미 아니까 좀 더 화면에 집중할 수 있었다. 아마도 엘리먼트 시티는 맨해튼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찾아 보니 이 영화의 감독은 피터 손이었다. 손 씨라... 한국 사람인가? 손 씨라면 한국 사람일 가능성이 충분히 있었고 피터라는 이름을 보니 기독교인이라고 짐작해 볼 수 있었다. 뉴욕에 사는 한국계 미국인일 수 있겠다 싶었다. 그런데 영화는 한국 느낌은 들지 않았다. 나는 중국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한국 느낌과는 거리가 멀고 특별히 엠버와 엠버 아빠가 큰절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한국의 큰절과는 느낌이 좀 달랐다. 그래서 중국 사람인 줄 알았는데 한국계 미국인이었다. 한국 이름은 손태윤. 그리고 제작비가 2억 달러라는 것도 알게 되었고 OST를 부른 사람이 바로 라우브Lauv라는 유명한 가수. 가사도 재미있었다. steal the show라는 제목의 노래였는데, 쇼를 훔치다가 어떤 의미인지도 알게 되었다. 엄청난 제작비에다가 유명한 가수가 음악에 참여했으니 눈과 귀가 즐거울 수밖에.

 

 

 

2. 캐릭터가 매력이 있었다. 

예상대로 스토리는 뻔했다. 하지만 캐릭터가 매력이 있었다. 남자 주인공인 웨이드와 여자 주인공인 엠버가 극명한 대조를 이루었다. 두 사람의 성격도 너무나 큰 차이가 났는데 이것을 보는 재미도 솔솔했다. 웨이드는 공감 능력이 뛰어나고 눈물이 많으면서 또한 원칙을 지키는 인물이고 엠버는 불처럼 화를 내는 불이다. 불이라고 다 불처럼 화를 내지는 않는데 엠버는 한 번 화가 나면 주변이 엉망이 되어 버린다. 엠버는 폭발해 버린다. 이렇게 서로 극명하게 차이가 나는 남녀 주인공이 결국은 잘 될 것 같은데 예상대로 잘 된다. 그래서 이 영화의 매력이 떨어지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영화의 전체 스토리가 엉망이 될 것도 같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보는데 캐릭터가 주는 매력 덕분에 뻔한 스토리로 인한 지루함이 덜어진다. 

 

 

3. 4원소론이 쓸모가 있나?

2500년이나 된 4원소론이 쓸모가 있을까? 내가 물이고 나와 함께 있는 사람이 불이라고 이해한다면 어떨까? 그것이 사는 데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도움을 줄까, 아니면 오히려 방해가 될까? 우리는 불과 물처럼 서로 극명하게 반대되는 것으로 서로를 이해하는 데 익숙하지 않다. 우리가 원소를 알게 되면서 오히려 이런 이해는 거의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원소 기호 1번 수소는 양성자가 한 개다. 원소 기호 2번 헬륨은 양성자가 두 개다. 서로 다른 것이긴 한데 큰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 양성자와 전자의 숫자가 차이가 날 뿐이다. 몇 개가 더 많거나 적은 그런 관계이다. 그러나 우리는 불과 물을 그런 식으로 이해하지 않는다. 완전히 다른 존재이다. 온도의 차이로 설명할 수도 있기는 한데 그러기에는 뭔가 많이 부족하다. 이런 식으로 완전히 서로 다르다고 이해하면 나의 기준에 상대방을 끼워 맞추지 않게 된다. 상대방은 완전히 다른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그러면서 서로 같이 공존할 때 우리의 삶은 더 아름답고 풍요로워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