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말한다

[영화] 쇼생크 탈출(1994)_그렇게 대단한 영화인가?

영화는설왕은 2022. 9. 9. 10:07

1. 생각보다 훨씬 더 좋은 영화

 

쇼생크 탈출을 보신 분들은 아마도 다들 좋은 영화라고 생각할 것 같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좋은 영화라고 생각했고 메시지도 좋았고 갇혀 있던 사람이 결국 자유를 찾는 이야기는 호불호가 갈릴 수가 없죠. 항상 구속보다는 자유가 좋은 것이니까요. 나쁜 사람은 구속되어 있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지만, 누명을 쓴 사람이라면 당연히 자유를 얻는 것이 더 좋은 일입니다. 그래서 쇼생크 탈출은 나쁜 느낌을 줄 만한 것이 없는 영화입니다. 모건 프리먼이나 팀 로빈스의 연기도 훌륭했습니다. 스티븐 킹의 중편 소설 "리타 헤이워스와 쇼생크 탈출"을 원작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시나리오도 탄탄하고 명대사도 많습니다. 한마디로 부족한 것이 별로 없고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것으로 꽉 차 있는 영화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것이 가득 들어 있지만 사람들의 열광을 끌어내기에는 다소 힘이 모자랐던 것 같습니다. 간신히 손익 분기점을 넘긴 영화입니다. 그러나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거의 누구나 '엄지 척' 할 수 있는 영화이고, 다른 사람에게 추천해 줄 만한 영화입니다. 잔잔한 여운이 남는 영화이죠. 이 영화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7개 부문에서 후보에 올랐습니다. 그러나 한 부문에서도 수상하지 못했습니다. 같은 해에 나온 "포레스트 검프"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이 영화가 IMDB에서 관객들이 평점을 매긴 영화 중에서 1등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IMDB는 영화와 드라마를 즐기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만한 인터넷 사이트입니다. 여기서 평점이 높은 영화나 드라마는 어느 정도 믿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신뢰도가 높은 사이트입니다. 저도 볼 영화를 고를 때 가끔 여기서 평점을 확인합니다. 그런데 쇼생크 탈출이 1등이라는 사실은 이 작품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들죠. 그렇게 대단한 영화인가? 가장 훌륭한 영화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가장 많은 사람에게 공감을 이끌어낸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2. 가장 깊은 인상을 준 장면

 

저에게 가장 깊은 인상을 준 장면은 죄수들이 옥상에서 맥주를 마시고 앤디(팀 로빈스 역)가 옥상 한쪽에 앉아서 햇빛을 받으면 알 수 없는 웃음을 짓는 장면이었습니다. 쇼생크 탈출이라는 영화를 생각하면 항상 떠오르는 장면은 바로 앤디가 옥상에서 웃고 있는 장면입니다. 앤디와 그의 동료 죄수들은 자동차 번호판 공장의 지붕 공사로 일주일 간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앤디가 일을 하던 중에 보안과장 해들리가 고민을 듣게 됩니다. 해들리는 동생의 죽음으로 유산을 상속받게 되었는데 꽤 많은 상속세를 내야 하는 상황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었죠. 그 얘기를 들은 앤디는 해들리에게 다가가서 다짜고짜 아내를 믿느냐고 물어봅니다. 앤디는 유능한 은행가였기 때문에 상속세를 덜 내는 방법을 알고 있었습니다. 세금법에 의해서 해들리의 아내가 상속을 받으면 직계 가족이 아니기 때문에 상속세를 내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이죠. 그리고 그 문제를 자기에게 맡겨 달라고 말합니다. 죄수가 갑자기 해들리에게 다가서면서 아내를 믿냐고 물어보니 교도관들은 놀라서 그를 제지하며 위협을 가했습니다. 하지만 해들리가 그의 얘기를 듣고 나서 귀가 솔깃해서 그에게 다시 물어봅니다. 그 일을 해 주는 대가로 뭘 원하느냐고 말이죠. 그러자 앤디는 자신의 동료들에게 맥주 3병씩 나누어 달라고 요구합니다. 앤디는 해들리가 상속세를 내지 않도록 도와주고 해들리는 약속을 지킵니다. 죄수들은 햇빛이 잘 드는 옥상에서 맥주 3병씩을 마시는 호사를 누립니다. 레드(모건 프리먼 역)는 "맥주 3병으로 마치 우리집 지붕 공사를 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는 명대사를 남깁니다. 그런데 정작 앤디는 술을 마지지 않습니다. 동료들이 술을 권하자 앤디는 자기는 술을 끊었다고 말하면서 거절합니다. 그리고 편안하고 넉넉한 웃음을 지으며 햇빛을 즐깁니다.  

 

 

 

3. 두 번째 깊은 인상을 준 장면

 

두 번째 깊은 인상을 준 장면은 앤디가 교도소 방송실의 문을 잠그고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 중 "편지 이중창"을 튼 장면이었습니다. 오페라의 노래가 아름다워서 기억에 남기도 했지만 더 큰 이유는 그 노래가 쇼생크 감옥에 너무 어울리지 않은 것 같으면서도 어울려야 할 것 같은 느낌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앤디는 또다시 그 표정을 짓습니다. 편안하고 행복한 웃음으로 여유롭게 음악을 듣죠. 그러나 규율을 어기고 자신의 마음대로 방송을 한 벌로 앤디는 2주간 독방에 갇힙니다. 당연히 그런 벌을 받을 것을 알고 있었지만 앤디는 그런 무모한 짓을 저지릅니다. 나중에 받을 벌 따위는 지금 듣고 있는 음악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표정이었죠. 그 표정은 뭐랄까. '이게 인생이지' 하는 표정이었습니다. 저라면 아니 보통 사람이라면 그런 짓을 저지르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몇십 초 동안 음악을 듣기 위해서 2주간 독방에 갇혀야 한다면 그런 일을 저지르기는 쉽지 않겠죠. 레드의 감상평이 또한 압권입니다. 

 

"난 지금도 그 이탈리아 숙녀분들이 뭐라고 노래했는지 모른다. 사실은, 알고 싶지도 않다. 모르는 채로 있는 게 나은 것도 있으니까. 난 그것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워, 그 때문에 가슴이 아픈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그 목소리는 그 회색의 공간의 어느 누구도 감히 꿈꾸지 못했을 만큼 하늘 위로 높이 솟아올랐다. 마치 아름다운 새 한 마리가 우리가 갇힌 새장에 날아들어와 그 벽을 무너트린 것 같았다. 그리고, 아주 짧은 한 순간, 쇼생크의 모든 사람은, 자유를 느꼈다."

 

 

4. 앤디가 얻은 것은 무엇인가?

 

앤디는 20년 간 탈옥을 준비해서 결국 탈옥에 성공합니다. 이것을 본 사람들은 앤디의 끈기에 박수를 보내고 또한 억울하게 누명을 쓴 한 사람이 다시 자유를 얻은 것에 대해 안도감을 느낍니다. 20년 간 노력해서 앤디는 대단한 것을 얻은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앤디가 얻은 것을 '자유'라고 말을 한다면 대단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자유는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 중 하나입니다. 제일 중요한 가치를 단 하나를 꼽아 보라고 한다면 아마 많은 사람이 '자유'라고 말을 할 것입니다.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는 구호를 들을 때 우리는 마음으로 동의하고 지지를 보냅니다. 그 정도로 자유는 우리에게 정말 소중한 가치입니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앤디가 다시 찾은 것은 '일상'입니다. 그리고 그 일상은 우리 모두가 이미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일상을 자유라고 생각하지는 않죠. 일상을 그 정도로 가치 있는 것이라고 여기지는 않는다는 말입니다. 앤디는 레드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가고 싶은 곳은 지후아타네호에요. 태평양에 접한 작은 마을이죠. 멕시코인이 태평양을 뭐라고 부르는지 알아요? 기억이 없다고 해요. 그곳에서 여생을 살고 싶어요. 아무 기억이 없는 따뜻한 곳... 그곳은 멀리 있고 난 여기 있죠. 선택은 하나밖에 없어요. 바쁘게 살든가, 바쁘게 죽든가. Get busy living, or get busy dying."

 

 

앤디는 똑똑하고 부지런하고 매력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젊은 나이에 은행의 부지점장에 오를 정도로 능력을 지닌 사람이었고 아름다운 아내도 있었고 남부럽지 않은 재력도 있었습니다. 그는 성공한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아내는 다른 남자와 바람이 났고 앤디는 아내와 그 바람난 남자 두 사람을 모두 죽이고 싶을 정도로 절망에 빠졌습니다. 그 두 사람을 향해 총을 쏘지 않았지만 결국 앤디는 누명을 쓰고 종신형을 선고받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알 수 있지만 앤디는 좋은 사람입니다. 키도 크고 잘 생겼고 웃는 모습도 귀엽습니다. 아내와 아내의 정부를 쏘아 죽이고 싶을 정도로 아내를 사랑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왜 아내는 바람이 났을까요? 제 예상으로는 아마도 앤디는 성공을 했지만 일상을 잃어버린 사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내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아내와 함께 산책하고 아내와 같이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과 같은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아무리 매력이 철철 넘치는 사람이라도 나와 함께 있지 않다면 그 매력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앤디의 표정이 인상에 깊이 남았던 이유는 동료들이 맥주를 마시면서 즐거워하거나 아름다운 음악이 공간을 가득 채우는 그리 대단하지 않은, 우리의 삶 속에서 수없이 일어나는 일을 겪으면서 마치 천국을 맛보고 있는 것 같은 표정을 지었기 때문입니다. 구원받은 듯한 얼굴이었습니다. 앤디가 세상에서 얻었던 것은 성공이었고 그가 잃었던 것은 일상이었습니다. 앤디가 감옥에서 깨달은 것은 일상의 소중함이었죠. 만약에 그것을 진작에 알았다면 그의 아내가 다른 남자로부터 사랑을 찾으려고 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그가 만약에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지 못했다면 그가 탈옥에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그의 인생에 큰 의미는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일상의 소중함을 깨달았고 탈옥을 통해서 완전한 일상의 회복을 얻게 되었습니다. 감옥에서 나오는 것이 누구에게나 좋은 일이 될 수 없습니다. 

 

5. 나의 이야기

 

열심히 살았지만 성공이나 안정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는 제게 아내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검사를 하지 그랬어?" 2022년의 대한민국은 검사들의 전성시대가 펼쳐지고 있으니까 이런 상상을 해 볼 수 있죠. 아마도 제가 검사를 했다면 세상의 기준에서 볼 때 성공한 삶이었을 것이고 어느 정도 안정된 삶을 살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의 일상은 있었을까라는 질문을 해 본다면 여기에 긍정의 답변을 내리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아마도 대단한 나랏일 한다고 아내의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모두 시답잖은 일로 여겼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앤디가 제 기억에 남는 표정을 지을 수 있었던 것은 은행의 부지점장으로서 느꼈던 행복보다 맥주를 마시면서 즐거워하는 동료들의 얼굴을 보면서 느끼는 행복이 훨씬 더 크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 아닐까요?

 

여러분은 쇼생크 탈출을 보고 어떤 장면이 제일 기억에 남았습니까? 왜 그 장면이 인상에 남았을까요? 곰곰이 생각해 보세요. 여러분의 시답잖은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 기억에 남길 만한 명대사 세 개

 

1. 우리는 마치 자유인처럼 앉아 햇빛을 받으며 맥주를 마셨다. 

2. 바쁘게 살든가, 바쁘게 죽든가. Get busy living, or get busy dying.

3. 마치 아름다운 새 한 마리가 우리가 갇힌 새장에 날아들어와 그 벽을 무너트린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