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말한다

[영화] 사랑의 블랙홀 (1993)_언제까지 오늘이 반복될까?

영화는설왕은 2022. 9. 9. 10:06

 

* 어떻게 알게 되었나?

1993년에 나온 이 영화는 그다지 흥행하지 못한 작품입니다. 미국에서는 7천만 달러 정도의 수익을 올렸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서울에서 8912명이 봤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본 한국 사람은 찾기가 매우 힘들 것 같습니다. 저도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본 것은 아니고요. 소개를 받았습니다. "별이 빛나는 밤에"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신승훈 씨가 나와서 영화를 소개하는 코너가 있었는데 그 코너에서 제일 먼저 소개한 작품이 이 작품입니다. 아마 대학교 때 알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아니면 고3 정도에 알게 되었을 것 같은데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제목이 너무 유치해서 안 보려고 했는데 설정이 재미있어서 보게 되었죠. 그때도 재밌게 잘 봤고요. 저에게 많은 영향을 준 영화입니다. 이번에 다시 생각해보니 제가 이 영화를 정말 마음 깊이 간직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엄청난 히트를 치지는 못했지만 그저 그런 영화는 아닙니다. 2017년 BBC에서 52개국 253명의 영화평론가들이 뽑은 역대 최고의 코미디 영화에서 무려 4위를 차지한 작품입니다. 한 마디로 작품성이 있는 작품이라는 것이죠. 

 

* 원제는...

원제는 Groundhog Day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없는 날입니다. 2월 2일을 그라운드호그 데이라고 합니다. 성촉절이라고도 합니다. 성모 마리아의 순결을 기념해 촛불을 밝히는 행사를 하기 때문에 성촉절이라고도 하는 것 같습니다. 우연히 날짜가 겹친 것 같고요. 그라운드호그 데이와 성촉절은 특별한 연관성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제가 정확하게 찾아보지는 않았습니다. 영화를 보면 Groundhog Day에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라운드호그라는 동물이 있습니다. 굴을 파고 사는 동물입니다. 마못이라고도 하는데 아마 잘 모르실 거예요. 겨울에는 굴 속에서 잠을 잡니다. 봄에 나오는 동물인데, 이 동물이 나오는 날이 바로 Groundhog Day이고요. 영화에서도 보면 알겠지만 해마다 2월 2일이 되면 이 동물에게 봄이 언제 오는지 물어보는 행사를 합니다. 그라운드호그가 나오면 봄이 온 것이고요. 우리나라 경칩과 비슷하죠. 그라운드호그가 나왔다가 다시 들어가면 겨울이 6주 길어진다는 미신이죠. 미국 유일의 계절 예측 동물이라고도 부릅니다. 

 

 

* 저는 그라운드호그를 봤습니다

저는 미국에 가서 이 동물을 보기를 기대했습니다. Groundhog Day라는 것이 있을 정도면 미국에서는 아주 흔한 동물일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잖아요. 제가 애틀랜타에 있을 때는 못 봤습니다. 그런데 뉴저지로 올라가니까 제가 다녔던 학교 캠퍼스 잔디밭에서 Groundhog을 볼 수 있었습니다. 겨울에는 확실히 안 보이고요. 여름에는 가끔 잔디밭에서 뛰어다니는 그라운드호그를 볼 수 있었죠. 사랑의 블랙홀에서 보면 이 행사를 펜실베니아주의 펑서토니에 있는 마을에서 하거든요. 펜실베니아는 뉴저지 옆에 붙어 있는 주입니다. 가깝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Groundhog도 없고 그러니까 Groundhog Day도 없습니다. 그래서 사랑의 블랙홀이라는 이름을 붙였겠죠. 

 

* 줄거리

기상 캐스터인 필 카너즈(빌 머리)는 방송 PD인 리타(앤디 맥도웰)와 함께 그라운드호그 데이 행사를 촬영하러 펑소토니에 갑니다. 카너즈는 까칠한 성격을 가지고 있고 다른 사람에게 별로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시골에 취재를 하러 가는 것이 기분이 좋았을 리가 없었던 카너즈는 대충 방송을 하고 복귀를 하려고 하는데 눈이 너무 많이 와서 펑소토니에 갇히게 됩니다. 그래서 하룻밤을 자고 다시 일어나서 돌아오려고 했죠. 그런데 자고 나니 다시 2월 2일이 다시 반복이 되는 것입니다. 오늘이 계속 반복된다는 내용을 가지고 있는 영화입니다. (영화를 한 번 보시죠.) 

 

* 빅터 프랭클 박사의 로고테라피

빅터 프랭클이라는 정신과 의사는 아우슈비츠에서 죽다가 살아났습니다. 그리고 그는 로고테라피라는 정신과 치료 기법을 주장했는데요. 그가 사람들에게 조언했던 삶의 방법이 있습니다. 어떻게 살아야 하냐면요. 이번이 두 번째 인생이라고 생각하세요. 그런데 여러분의 첫 번째 인생은 완전히 망했습니다. 너무 못 살았어요. 가난하게 살았다는 말이 아니라 너무 엉망으로 살았다는 말입니다. 여러분의 지난 인생은 '지생망'이었다고 생각하고 이번이 어렵게 얻은 두 번째 기회입니다. 이번 생은 지난번에 망쳐버린 생에 대한 후회와 함께 인생을 새로 고칠 수 있는 기회입니다. 다시는 지난번 생을 후회하지 않을 수 있도록 삶을 살아가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 이 영화를 추천하는 이유

제가 이 영화를 추천하는 이유는 이것과 비슷합니다.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가르쳐 주는 영화입니다. 여러분은 어제를 잘 살지 못했다고 가정하십시오. 그래서 오늘 그것을 만회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하십시오. 새로 고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거죠. 그래서 어제는 망했지만 오늘은 다시 망하지 않도록 조심조심 신중하게 진심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이 영화에서 카너즈가 이런 식으로 자신의 하루를 고쳐 나갑니다. 사람이 하루를 망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술을 너무 많이 마시면 망칠 수 있죠. 그런데 술을 마시기 전에 기분이 좋지 않은 일이 있어서 술을 마셨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술 마실 만한 일이 있을 수 있죠.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너무 많이 마시면 그날은 더 많은 실수를 하고 그날을 더 망쳐버릴 수 있습니다. 또는 화가 나는 일이 있었다고 합시다. 화가 나는 일에 화를 내는 것은 정당한 행동입니다. 그런데 성경에 무엇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분을 내어도 죄를 짓지 말며 해가 지도록 분을 품지 말고』 (엡 4:26, 개정) 화가 나도 죄를 짓지 말고 화가 나도 밤이 될 때까지 품고 있지 말라고 성경은 말합니다. 그러면 그날을 망쳐 버리게 됩니다. 조심조심 신중하게 진심으로 살아야 하루를 잘 살 수 있습니다. 하루를 잘 사는 것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또 생각해보면, 하루는 잘 살 수 있습니다. 10년을 잘 살기는 어려워도 하루는 가능합니다. 그런데 인생은 우리의 하루하루가 모여서 인생이 되는 것입니다. 이 영화는 우리가 하루를 어떻게 사는 것이 가장 좋을지 알려 주는 영화입니다.

 

 

* 마지막으로... 이렇게 영화를 봅시다

질문을 하나 가지고 영화를 보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그 질문은 이런 것이죠.

"카너즈의 오늘은 과연 언제까지 반복될까?

 

* 그리고 하나 더

그리고 이 영화 때문에 저는 결심을 하나 했죠. 나중에 나이가 50이 되면 꼭 피아노를 배워겠다고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