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말한다

[영화] 라라랜드(2016)_그대의 상상이 현실이 된다

영화는설왕은 2022. 8. 28. 17:57

라라랜드는 배우 지망생 미아 돌런(엠마 스톤)과 재즈 피아니스트 세바스찬 와일더(라이언 고슬링)가 만나 서로 사랑하고 함께 꿈을 이루어가는 영화이다. 줄거리는 그다지 극적이지 않았다. 젊은 사람들이 열정을 가지고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야 어느 곳에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이야기이고 그런 젊은이들이 서로 만나 사랑하게 되는 것도 흔한 스토리 아닌가. 그러나 영화가 나올 때쯤에 봤을 때도 재밌게 열심히 보았고 2022년에 다시 보았을 때도 푹 빠져서 신나게 보았다. 

 

 

* 제목이 좋다

라라랜드라는 제목이 참 좋다. LA LA Land라는 단어 자체가 꿈의 나라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면서 동시에 로스앤젤레스를 뜻하는 단어이다. 로스앤젤레스를 줄여서 엘에이라고도 부르고 할리우드가 있는 로스앤젤레스는 꿈을 꾸는 자들의 도시라는 이름이 어울린다. 라라랜드는 정말 로스앤젤레스의 분위기를 잘 녹여낸 영화이고 앞으로도 이 영화만큼 로스앤젤레스를 잘 표현한 영화가 나오기는 힘들 것 같다. 아마도 향후 몇십 년간 로스앤젤레스를 상징하는 영화가 되지 않을까.

 

 

* 자꾸만 다시 보고 싶은 도입 부분

나는 미국에 있을 때 LA에 두 번 가보았다. 뉴욕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의 도시였다. 끝없이 태양이 떠 있을 것 같은 도시였는데 그런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는 뉴욕과 가까운 뉴저지에 살아서 그랬는지 날씨가 영 적응이 되지 않았다. 처음에 갔을 때는 1월이라 한 겨울이었는데 낮 기온이 30도에 육박했고 해변에 서핑하는 사람도 많았다. 그래서 LA를 좋아하는 사람도 많았던 것 같다. 좋게 말하면 1년 내내 바깥에서 신나게 놀 수 있는 곳이고 나쁘게 말하면 선선하거나 추운 날씨가 없이 조금 덥거나 그냥 덥거나 많이 더운 날씨밖에 없어서 지치는 곳이기도 하다. 나는 약간 후자 쪽이었다. 더운 것에 너무 취약한 개인 탓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열정이 넘치고 활동적인 사람들이 좋아하는 도시가 바로 LA라는 생각은 들었다. 세바스찬과 미아도 열정이 넘치지 않는가. 나는 미국에서 뉴욕이 가장 차가 많고 길도 막히는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LA도 만만치 않았다. 그것도 일반도로가 아닌 고속도로에서 긴 차량 행렬 속에 있었는데 건조한 날씨와 작열하는 태양 아래에서 언제 뚫릴지 모르는 고속도로에 멈춰 서 있는 기분은 '지루함' 그 자체였다. 라라랜드에 첫 장면에서 고속도로에 길게 늘어서 있는 차들을 보면서 '와, 나도 저런 경험이 있었는데...'라고 공감했다. LA를 대표하는 느낌이 아닐까 싶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더니 사람들이 다 함께 노래를 부르면서 춤을 추고 악기를 연주하는 장면이 너무 시원해 보였다. 지루함을 한 번에 확 날려버리는 느낌이었다. 어차피 막혀서 움직일 수도 없는 상황에 어디 갈 데도 없는 고속도로 안에서 음악에 맞추어서 한바탕 다 같이 놀아보는 장면이었다. 아주 시원한 상상이었다. 그래서 자꾸 첫 장면이 보고 싶다. 

 

 

* 세상은 왜 그들을 받아주지 않는가?

LA에도 사람이 참 많다. 미국에는 사람이 많은 도시가 별로 없는데 LA는 미국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대표적인 도시 중 하나이다. 사람이 많이 모여 있다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할리우드에서 스타가 되기 위해 꿈을 좇는 사람들이 모여 있기도 하고 날씨가 좋아서 모여 있기도 하고 바다가 가까워서 모여 있기도 할 것이다. 어디라도 바다가 가까운 곳에 사람들이 몰려 있기 마련이니까. 사람이 많이 모여 있으니까 좋은 점도 있지만 그만큼 경쟁이 심하기도 하다. 미아는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시간을 쪼개서 계속 오디션을 본다. 오디션이라는 것이 경쟁률이 심할 수밖에 없으니 잘 안 될 확률이 높다. 미아도 오디션에 계속 떨어진다. 그러다가 우연히 세바스찬을 만나고 그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미아는 혼자 1인 연극에 도전한다. 자신이 모은 돈을 가지고 1인극을 하지만 관객도 몇 명밖에 오지 않았고 세바스찬과 다투기도 했고 연극에 온 관객들의 나쁜 평가도 우연히 듣게 되면서 미아는 완전히 절망에 빠져서 고향으로 돌아간다. 

 

자신의 꿈을 펼치지 못하는 것은 세바스찬도 마찬가지이다. 정통 재즈를 추구하는 세바스찬의 음악 세계를 세상은 받아주지 않는다. 심지어는 그게 피아노를 치면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곳에서도 그의 재즈 연주는 금지된다. 결국 재즈의 욕망을 참지 못한 세바스찬은 재즈곡을 연주하지만 그 곡이 끝나고 해고 통지를 받는다. 돈을 벌어야 했기 때문에 친구의 밴드에 들어간 세바스찬은 밴드의 순회공연과 앨범 작업 때문에 계속 돌아다니는 삶을 산다. 미아와 동거하고 있던 세바스찬은 일 때문에 미아와의 관계도 소원해진다. 사실 세바스찬이 그렇게 돈을 벌려고 노력했던 이유는 안정적인 수익을 통해 미아와 안정적인 관계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일이 바빠지면서 오히려 미아와의 관계가 멀어지고 서로 오해와 스트레스가 쌓이면서 다투게 된다. 미아의 첫 번째 공연은 사실 성공적일 수가 없는 공연이었는데 그 공연을 마치면서 미아는 꿈을 향한 열정이 모두 소진되고 집으로 돌아갔고 미아와의 관계가 어긋나면서 세바스찬도 밴드에 계속 남아있을 이유가 없어졌다. 그러나 미아의 연극 공연에 왔던 사람으로부터 미아에게 오디션 제안이 들어왔고 그 연락을 받은 세바스찬은 미아를 찾아간다. 미아를 설득해서 오디션을 볼 수 있도록 도와준 세바스찬은 미아와의 관계가 회복된다. 하지만 미아의 오디션이 잘 되면서 미아는 파리로 떠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난 버린다. 

 

 

* 결국 헤어지는 두 사람

미아가 파리로 떠나고 시간이 흐른 후에 미아가 다시 로스앤젤레스에서 살고 있는 모습이 나온다. 그런데 미아의 남편은 세바스찬이 아니다. 미아의 남편은 할리우드에게 영향력이 있을 것처럼 보이는 인물이다. 느낌이 그렇다. 두 사람이 함께 외출을 하고 재즈바에 들르는데 거기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세바스찬을 만난다. 만났다고 해야 할까? 멀리서 서로를 알아본다. 아마 미아의 남편이 없었다면 인사라도 했겠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고 두 사람은 눈으로만 인사한다. 그리고 미아가 재즈바를 떠날 때 세바스찬은 미아에게 잔잔한 웃음을 보낸다. 그 의미는 무엇일까? 아마도, '잘했어. 반가웠어. 그리고 미안해할 것 없어.' 이런 의미가 아니었을까. 미아도 세바스찬의 무언의 인사에 똑같이 웃음으로 화답한다. 미아의 웃음은 아마도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의 의미가 아니었을까.

 

 

* 꿈과 사랑 중에 무엇을 선택할까?

세바스찬과 미아는 모두 사랑에 실패한다. 사랑이냐, 꿈이냐 둘 중에 하나를 반드시 골라야 한다면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 세바스찬과 미아는 모두 꿈을 이루었다. 라라랜드의 주인공이라면 당연히 그런 선택을 해야 했는지도 모른다. 세바스찬은 사장님이 되어서 재즈바를 운영하게 되었고 미아는 사람들이 보는 것만으로도 신기해하는 유명한 배우가 되었다. 세바스찬은 미아의 꿈을 응원해 주었고 오디션을 볼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미아도 역시 세바스찬이 정통 재즈 연주를 계속할 수 있도록 응원해 주었다. 두 사람은 약간 달랐다. 꿈과 사랑 사이의 선택에서 세바스찬은 사실 사랑을 선택한다. 미아는 반대이다. 꿈과 사랑에서 꿈을 선택한다. 하지만 사랑을 선택했던 세바스찬은 결국 성공하지 못한다. 결국 두 사람은 꿈에 그리던 일을 하게 되었다. 나라면 어떻게 할까? 둘 중에 하나에 더 무게를 두어야 한다면 어디에 무게를 둘까? 꿈일까, 사랑일까? 둘 중에 하나를 고르는 것은 옳지 않다.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지만 반드시 잡아야 하는 두 마리의 토끼이다. 정통 재즈를 잃어버린 세바스찬이 미아와 결혼에 성공하고서 돈벌이로만 음악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배우의 꿈을 접은 미아가 세바스찬의 재즈바와 집안일을 돕는 일에서 그친다면 그 또한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다. 어쩌면 사랑을 잃은 모습이 겉으로 보기에는 더 나아 보일 수도 있겠다. 유명한 배우로 살고 있는 미아나 재즈바를 운영하며 자기가 하고 싶은 음악을 마음껏 하는 세바스찬이 다른 사람들 보기에는 훨씬 나을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