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말한다

[영화]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2013)_우린 다 운이 좋은 거다

영화는설왕은 2022. 7. 30. 16:33

* 개요

2013년 12월 25일에 스웨덴에서 개봉한 스웨덴 영화. 전에 스웨덴 영화를 본 적이 있는지 모르겠다. 아마 봤어도 그냥 할리우드 영화이겠니 하고 봤을 것이다. 스웨덴 영화라지만 할리우드 영화와 큰 차이를 느끼지는 못했다. 찾아보니 우리나라에서는 2014년 6월에 개봉했던 것으로 나온다. 25만 명 정도가 봤다니까 아마도 별로 인기가 없었던 것 같다. 일단 제목이 그리 매력적이지 않다. 100세 노인이 무슨 기운이 있어서 어떤 모습을 보여 줄까, 하고 상상해보면 그다지 진취적인 모습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래도 스웨덴이나 전 세계적으로 꽤나 흥행이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속편도 제작이 되었다.

* 줄거리

주인공 알란 칼손은 100세가 된 노인이다. 그리고 그 노인은 양로원에서 창문을 넘어 도망친다. 버스 터미널에서 우연히 큰 가방 하나를 잠깐 맡게 되었는데 버스 시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 가방을 가지고 버스를 탄다. 그 가방 안에는 현금이 가득 들어 있었다. 그 가방을 되찾으려는 갱단과 실종된 알란을 찾으려는 경찰이 계속 알란을 쫓는다. 그 와중에 알란은 친구도 생기고 이런저런 사고도 치고 공범자도 생긴다. 중간중간에 영화는 알란의 일대기를 보여 준다. 100세가 될 때까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설명한다. 결국 알란과 친구들은 발리로 탈출하는 데 성공하고 거기서 잘 살게 된다는 이야기.

* 전체 감상평

이 영화는 코미디이다. 웃기는 영화이다. 나는 웃기는 영화인 줄 모르고 봤다. 처음에는 괴팍한 할아버지의 이상한 탈출기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100세 노인이라고 하니 탈출하기도 쉽지 않았을 텐데, 창문을 넘어 탈출한 것을 보면 심각한 사연이 있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시트콤을 보면 웃기기도 하지만 진지한 주제를 다루고 있어서 깊은 울림이 있을 때도 있다. 그런데 이 영화는 그런 것 같지는 않다. 나만 못 느꼈을 수도 있지만 내가 볼 때는 대단한 철학 같은 것은 없는 것 같다. 그냥 웃기는 이야기이다. 알란의 젊은 시절 이야기를 보면 이 할아버지가 굉장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프랑코의 친구이자 맨해튼 프로젝트를 성공할 수 있도록 도운 조력가이자 트루먼 대통령의 정치 멘토이면서 CIA 요원으로 미국과 러시아의 이중 스파이였다. 보다 보니 포레스트 검프를 따라한 것 같기도 하고. 포레스트 검프는 좀 모자란 사람인데 알란은 그 정도는 아니다. 그냥 일을 쉽게 쉽게 하는 사람으로 나온다. 그런데 운이 좋게 그 일들이 대체로 성공한다. 일이 안 풀려서 감옥에 갇혀서 강제노역을 하기도 하지만 보통 사람 같으면 몇 번은 죽었을 사건을 아무렇지도 않게 벗어난다. 돈가방을 가지고 탈출하는 과정에서도 몇 번을 죽거나 잡혔어야 하는데 무사통과. 운이 무척 좋은 사람이다.

* 원작을 보았다

원작을 찾아 보았다.요나스 요나손을 "창문을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이 이 영화의 원작이다. 제목이 똑같고 내용도 거의 비슷한 것 같다. 책이 두꺼워서 다 읽지는 못하고 앞부분만 읽어 보았다. 앞날개의 책 설명을 보니 요나스 요나손은 15년간 기자로 일했고 1996년에는 미디어 회사를 설립해서 백 명에 이르는 직원을 고용할 정도로 성공한 CEO였으나 스트레스가 심해서 그만두고 2007년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2009년에 이 소설 "창문을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이 출간되었다. 그리고 빅히트를 쳤다는데... 스웨덴 인구가 900만인데 스웨덴에서만 백만 부 이상 팔렸다고 한다. 그리고 다른 유럽 국가에서도 많이 팔렸다고 한다. 나는 글쎄 잘 모르겠다. 이 정도로 팔릴 만한 책인지. 아무래도 기자 출신이어서 홍보가 잘 된 탓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하게 된다. 영화는 원작의 인기에 힘입어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 나는 이렇게 두꺼운 책인 줄 몰랐는데 이 책을 보면 세계사의 중요 사건들을 소설을 통해 생생하게 만나볼 수 있는 유익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니까 단순히 재밌는 소설이라기보다는 역사를 배울 수 있는 소설이라는 점이 아마도 매력 포인트가 아닌가 싶다. 겸사겸사 역사 공부를 하려면 소설을 보는 것이 좋을 것 같고 영화에서는 그런 장점이 별로 없다. 아무래도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사건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 알란은 운이 좋았다

알란은 진짜 운이 좋았다. 노력해서 죽을힘을 다해서 또는 머리를 써서 살아남은 것이 아니라 운이 좋아서 살아남았다. 특별히 돈가방을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여러 번 죽을 고비를 만나지만 거의 모두 그냥 통과한다. 보통 다른 영화에서 주인공은 살아남기 위해서 애를 쓰지만 이 영화는 아니다. 그냥 어쩌다 보니 살아남는다. 탈출에도 성공하고 그의 친구들도 다 무사히 끝까지 생존하고 행복한 결말을 맞이한다. 아등바등 살려고 노력하지 않는 것이 주인공의 특징이다. 하긴 100세까지 살았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알란이 운이 억수로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한다. 부모님이나 친척 중에 암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면 나이들어서 암에 걸려 죽었을 수도 있고 운이 안 좋게 교통사고를 당할 수도 있고 낙상을 할 수도 있는 일인데 100세가 되어서 창문을 넘어서 탈출하는데도 그런 불상사가 없었다. 어쩌면 지금 살아 있는 모든 사람이 다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살려고 대단한 노력을 한 것도 아닌데 정말 운이 좋아서 살아남아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그냥 해 Just Do it

이 작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주장을 한마디로 하면 바로 이것이 아닐까? 그냥 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알란이 딱 그런 사람이다. 그냥 하는 사람이다. 어렵게 생각하지 않는다. 생각한 것을 그냥 한다. 그래서 되면 좋은 거고, 뭐 안 되면 어쩔 수 없는 거고. 베니 융베리라고 알란과 반대되는 사람이 하나 나오는데 그는 정말 오랫동안 공부한 사람이다. 공부도 꾸준히 한 우물만 파서 박사까지 가거나 그런 것은 아니고 하다가 다른 것이 궁금해서 그 공부를 하고 또 다른 것이 궁금해서 그 공부를 하고 그래서 계속 공부만 하는 사람이 나온다. 이 사람은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 고백도 하지 못한다. 생각이 많고 고려해야 할 것이 많다 보니 섣불리 실천에 옮기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알란은 그냥 하라고 충고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베니 융베리는 고백을 하고 둘이 키스를 한다. 알란의 충고를 실천에 옮긴 것이다. 능력이 있는데 주저하는 사람에게 이 충고는 매우 효과적인 충고이다. 그러나 이 조언이 항상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그렇다면 시도한 사람들은 다 성공했을 텐데, 세상에는 성공보다는 실패가 더 많다. 특별히 사람들이 더 원하는 것일수록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세상 모든 일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제로 게임인 경우가 많다. 마치 로또처럼. 누군가 1등을 하고 상금을 얻기 위해서 그 상금을 모아주는 다른 수많은 사람이 필요하다. 누군가 1등급이라는 성적을 받기 위해서는 누군가 9등급을 받아야 한다. 그러니 한다고 꼭 되는 것은 아니다. 하면 된다는 것은 사기이다. 그냥 해 보는 것이지 된다는 보장은 없다. 그래도 안 해 보는 것보다 하는 것이 백 배 낫다.

* 던져 보는 질문
알란처럼 살고 싶나? 알란의 삶이 부러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