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말한다

[영화]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 (2007)_나의 알렉스는?

영화는설왕은 2022. 7. 4. 01:35

* 줄거리

그 여자 소피 피셔(드류 베리모어)는 작사가가 아니다. 소피는 문학을 전공하고 소설을 쓰려고 했지만 실패하고 이 일 저 일을 하면서 생계를 꾸려가고 있었다. 그 남자 알렉스 플래처(휴 그랜트)는 80년대 잘 나가던 가수였다. 지금으로 치면 아이돌이었는데 현재는 작은 공연을 하면서 적당하게 살고 있는 퇴물 가수이다. 그런데 기회가 찾아왔다. 지금 한창 잘 나가는 가수인 코라가 듀엣곳을 제안해 온 것이다. 그에게만 제안한 것이 아니라 여러 명에서 제안을 했고 알렉스의 곡이 마음에 들면 그의 곡을 선택하기로 한다. 단 그가 직접 작사 작곡을 해야 한다는 조건과 함께. 알렉스는 작곡은 할 수 있지만 작사를 할 능력이 되지 않기 때문에 전문 작사가를 고용한다. 하지만 그의 가사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알렉스는 그의 집 화초에 물을 주러 온 아가씨 소피 피셔가 하는 말을 듣고 소피의 문장력을 알아채고 작사가로 고용한다. 그리고 그다음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영화이다.

 

* 전체적인 느낌

전체 이야기는 너무 뻔했기 때문에 하나도 궁금하지 않았고 오래전 영화답게 반전이 없어서 더 좋았다. 해피 엔딩. 

 

* 드류 베리모어 & 휴 그랜트

참 순진해 보이고 착해 보이는 두 사람의 인생 여정을 살펴보았는데 두 사람 모두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드류 베리모어는 여섯 살 때 이미 스타가 되었고 휴 그랜트도 대단한 집안사람으로 머리도 좋고 운동도 잘해서 부족함을 모르고 살다가 영화로 스타가 되었는데... 여기까지... 그다음은 예상대로 흘러간다. 하지만 많은 우여곡절을 딛고 두 사람 모두 잘 살고 있는 것 같다. 

 

* 소피가 펜을 꺾은 이유

소피 피셔가 소설가의 꿈을 접은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소피가 사귀었던 남자가 약혼한 상태였는데 그것을 속이고 소피를 사귀었다는 것, 다른 하나는 그 남자는 유명한 소설가였는데 소피의 소설에 대해서 혹평을 했다는 것이다. 그 남자는 소피와 있었던 일을 기반으로 소설을 썼는데 그 소설에서 소피의 글에 대해서 창의성 없이 유명 작가들의 문장을 따라 쓰는 모방쟁이라고 혹평을 한다. 소피를 글을 쓰겠다는 꿈을 접는다. 그러나 알렉스는 소피에게 재능이 있다고 판단한다. 알렉스는 짧은 기간 안에 노래를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소피를 설득해야 했다. 알렉스는 소피의 사정을 듣는다. 그리고 소프가 알렉스에게 묻는다. 당신이 존경하고 사랑하는 가수가 당신의 노래에 대해서 악평을 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노래를 계속 만들고 부를 것인가, 아니면 그만둘 것인가? 알렉스는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자신도 정말 우울할 것 같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때의 기분을 표현하는 노래를 만들어 큰돈을 번다면 그 일로 실망하고 좌절하며 신세 한탄하며 시간만 보내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라고 말한다. 

 

 

* 질문 1. 나에게는 알렉스가 있나?

알렉스가 있었기 때문에 소피는 작사를 할 수 있었다. 알렉스가 없었다면 소피는 작사를 할 생각조차 못했을 것이다. 누군가 나의 재능을 알아봐 주고 그 재능을 꺼내서 발휘하라고 계속 요구하는 사람이 있나? 그런 사람이 있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없다면 어떻게 할까? 그냥 나의 재능을 발휘할 수 있을까? 알아봐 주는 사람도 없는데?

 

* 질문 2. 나는 누군가에게 알렉스인가?

다른 사람은 몰라보는데 나만 알아보는 능력자가 있을까? 둘 중에 하나일 것이다. 나에게 능력을 알아보는 능력이 있든가, 아니면 내가 잘못 본 것이든가. 다른 사람이 알아보지 못했는데 나만 알아본 능력자라면 그 능력자는 성공하기는 힘들 것이다. 왜냐하면 대중들의 눈에 띄어야 성공할 수 있을 텐데 그 능력은 나만 알아보기 때문이다. 그러면 대중의 눈을 믿고 나도 알렉스 되기를 멈추는 것이 옳을까? 아니면 그 사람이 성공할 때까지 알렉스가 되는 것이 옳을까? 모험이다. 그러나 내가 알아본 사람이 성공한다면 그것은 정말 기쁜 일이 될 것이다. 나의 안목을 인정받은 것이기도 하고 내가 그의 성공에 도움을 준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 알렉스가 귀하다

사람은 사랑하는 것으로부터 상처를 받는다. 사랑하지 않은 것으로부터는 상처를 받을 수 있지만 그 상처는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받는 상처와 비교할 수 없다. 내가 글을 쓰는 것을 사랑하는데, 내가 사랑하고 존경하는 작가가 나의 글을 혹평한다면 나는 글을 쓸 수 있을까? 글을 쓰지 못하는 소피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런데 내가 사랑하지도 않고 존경하지도 않는 누군가가 나를 인정해 준다면 나는 글을 쓸 수 있을까? 소피의 경우가 그랬다. 소피는 알렉스를 잘 알지도 못했고 그가 자신을 인정해 준다고 하더라도 그게 무슨 큰 의미가 있을까? 그는 한물간 가수일 뿐이다. 그의 평가가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래도 소피는 그의 인정 덕분에 노래를 만들어 낸다. 그나마 다행이다. 만약에 알렉스가 없었다면 소피는 글을 쓸 수 있었을까? 알렉스가 귀하다. 알렉스가 나를 인정해 주기 때문에 알렉스는 귀한 것인데 나도 알렉스를 인정해 주어야 시너지를 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