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말한다

[영화] 슈렉 (2001)_현실 같은 동화

영화는설왕은 2022. 6. 16. 17:14

* 현실 같은 동화

2001년에 나온 슈렉은 확실히 디즈니 애니메이션과는 달랐습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동화보다 더 동화 같은 애니메이션이었습니다. 동화책에 글자로 써 있는 환상적인 배경과 아름다운 주인공들은 우리가 상상을 해야 합니다. 동화책에 그림이 들어가 있으면 그 그림이 상상에 방해가 될 때도 있지만 나의 상상력이 너무 빈약했다는 사실을 깨닫기도 합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최고의 상상력을 가진 사람들이 가장 좋은 기술로 2시간 동안 동화보다 더 동화 같은 영화를 만들어 내죠. 인어 공주, 미녀와 야수, 라이온 킹, 토이 스토리와 같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일반 영화 못지 않은 인기를 누렸습니다. 그런데 드림웍스에서 나온 슈렉은 확실히 좀 달랐습니다. 동화보다 더 동화 같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따라하지 않고 오히려 현실 같은 동화를 만들기로 작정하고 슈렉을 출시한 것 같습니다. 공략 지점이 좋았습니다. 

 

 

* 주인공이 비호감

주인공이 확실히 비호감이었습니다. 일단 외모가 기존의 주인공들과는 많이 다르죠. 피부가 초록색이라는 것이 미국 사람들에게는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겠지만 좋지 않은 느낌인 것은 확실합니다. 그래도 강인해 보이기도 하고 약간의 귀여움도 섞여 있습니다. 영화에서는 주인공의 매력도를 높이기 위한 일종의 장치를 하나 마련했는데 바로 파콰드 영주이죠. 슈렉도 별로이지만 파콰드 영주는 더 별로이죠. 파콰드 영주에 비하면 슈렉이 더 나아 보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외모는 그럴 수 있지만 도덕성이 뛰어나다든가 아니면 정의감이 투철하다든가, 주인공으로서 눈에 보이지 않는 성품이나 특성이 매력적일 수도 있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슈렉은 더럽기까지 하죠. 피오나 공주를 구하러 가는 것도 조용히 홀로 살아가기 위한 이기적인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 그래도 유쾌했다

그래도 영화는 유쾌했습니다. 애니메이션답게 볼거리가 풍부했고 여기저기 유머 있는 대사나 행동들이 있어서 재미있게 볼 수 있었습니다. 동화 속 주인공들이 한꺼번에 나와서 반가웠고 그 주인공들이 현실적인 문제들을 겪는 것 같아서 그 사실이 묘한 희열을 주기도 했습니다. 동화 속 세상이 아름답게 그려져 있지만 그들의 세상도 우리의 세상과 그리 다르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짐작을 해 보기도 했습니다. 이야기의 주요 흐름도 복잡하지 않고 단순해서 좋았습니다. 슈렉이 피오나 공주를 구해서 공주와 사랑에 빠지고 결국 그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 전개가 이해하기 쉬워서 좋았습니다. 

 

 

* 마지막이 좀...

마지막 장면을 받아들기가 어려웠습니다. 피오나가 괴물로 변하죠. 진정한 사랑으로부터 키스를 받으면 아름다움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는데 오히려 피오나는 슈렉과 같은 괴물로 변합니다. 괴물이라고 부르는 것이 어울리지 않을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도 주인공인데... 괴물이라기보다는 슈렉과 같은 종류의 존재로 바뀌죠. 피오나는 원래 둘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존재였는데 말이죠. 이 부분이 좀 받아들이기 어려웠습니다. 아름다움을 각자의 기준으로 판단하지 말라는 것일까요? 슈렉이 보기 흉측한 괴물로 보일 수 있지만 그것은 편견이라는 것일까요? 마지막에서 반전이 일어난 거죠. 저는 미녀와 야수에서처럼 피오나 공주가 마법에서 풀리고 슈렉도 사람으로 변할 것을 기대했습니다. 슈렉이 사람으로 변하지는 않더라도 피오나는 괴물과 사람 사이를 오가는 존재가 아니라 완전한 사람으로 변할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그래서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모두가 다 아름답다는 것일까요? 내가 만약 개구리 왕자여서 밤 12시만 되면 개구리로 변한다면 그 사실을 부끄러워해서 반드시 숨길 것 같습니다. 그걸 숨기면 안 되는 걸까요?

 

 

* 슈렉이 나에게 해 주는 말

"네가 부끄러워하는 그것을 부끄러워하지 말아라. 왜냐고? 그것 때문에 사랑할 수 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