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말한다

원작이 좋고 캐스팅이 환상적_영화 "시동" (2019)

영화는설왕은 2022. 1. 15. 21:40

같은 이름의 웹툰을 기반으로 제작한 영화입니다. 대사가 거의 다 욕으로 되어 있어서 약간의 불편함이 있지만 10대 후반의 남자아이들의 말투가 그러니 뭐... 매우 사실적인 영화라고 해 두죠. 꽤나 폭력이 난무하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언어폭력과 육체적 폭력이 가득해서 반감이 드는 부분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이 영화는 재미도 있고 유익한 면도 있습니다. 볼만한 영화입니다. 좋은 점 위주로 얘기를 해 보죠.

 

1. 기존의 영화 시나리오와 달리 매우 독특합니다. 좋게 말하면 독특하고 나쁘게 말하면 뜬금없이 전개되죠. 기승전결과 같은 흐름이 없이 마구 사건이 발생하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물론 큰 줄기의 흐름을 굳이 말하자면 말할 수도 있지요. 그러나 산만함이라는 단점보다는 독특함이라는 장점이 더 돋보였습니다. 아마도 웹툰이 원작이기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영화를 만들기 위한 시나리오가 아닌 웹툰의 시나리오이기 때문에 거대한 줄거리보다는 중간중간 톡톡 튀는 장면에 더 포인트를 두고 있는 것 같습니다. 

 

2. 기존 영화의 문법, 혹은 세상의 문법을 무너뜨린다는 측면에서 볼만합니다. 깡패가 나오는 영화라면 나쁜 깡패는 벌을 받거나 감옥에 갇히게 되죠. 비행 청소년은 회개하고 정상적인 삶으로 되돌아옵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멉니다. 엄마 말을 안 듣는 주인공은 반성하고 엄마 말을 잘 듣는 학생으로 되돌아오지 않습니다. 그러나 비극은 아닙니다. 주인공들은 좌충우돌의 사건을 통해서 분명히 배우고 얻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이 세상의 기준에서 볼 때는 별것이 아닐 수도 있는데요. 과연 그것이 별것인가, 별것이 아닌가 생각해 볼 수 있는 그런 영화입니다. 이것은 원작이 가지고 있는 가치겠죠.

 

3. 배우들의 연기가 좋습니다. 주인공은 택일(박정민)입니다. 박정민이 영화를 다 끌고 갑니다. 날라리 청소년 역할을 하는데요. 하는 짓이 좀 한심하고 거칠고 막된 것 같지만 밉지 않은 캐릭터로 아주 자연스럽게 영화를 이끌고 갑니다. 걸그룹 춤을 추는 머리 긴 마동석을 보는 재미도 솔솔하고요. 생각보다 매우 어울립니다. 캐스팅을 참 잘한 것 같습니다. 마동석이 나오면 기대하는 바가 있잖아요. 그런데 우리가 생각하는 바로 그 모습에다가 보너스처럼 한 가지 모습을 더 보여 주니까 좋더라고요. 

 

 

* 시동은 웃기는 영화입니다. 관객을 웃기려는 영화입니다. 폭력에 대한 반감만 없다면 그냥 계속 웃을 수도 있는 영화입니다. 그 점에서도 꽤나 성공적인 영화입니다. 

 

* 시나리오가 담고 있는 인생에 대한 철학이 맘에 듭니다. "돈 따위는 벌 때도 있고 잃을 때도 있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가 서로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 표현이 서툴러서 서로 잘 모를 때도 있지만 그것을 확인하는 것이 제일 기분 좋은 일이지." 이런 철학이 영화에 깃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약간의 감동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