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말한다

[영화] 굿 윌 헌팅(1997)_그건 네 잘못이 아냐

영화는설왕은 2022. 8. 14. 13:30

 

* 영화 소개 & 한 줄 명대사

분명히 나쁜 사람인 것처럼 보이는 윌 헌팅이 사실은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밝히는 영화. 1997년 작품. 2022년에도 자주 나오는 맷 데이먼이 주연을 맡고 지금은 천국에 있는 로빈 윌리암스가 조연을 맡은 영화이다. 1997년 아카데미 각본상,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유명한 영화이다. 그 당시에는 지금처럼 개봉하는 영화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이 정도의 영화면 영화를 좀 보는 사람들이라면 모두 다 본 영화일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나온 명대사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It's not your fault. 는 대단한 말은 아니라서 이 영화에게 저작권이 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이 대사가 가장 유명한 영화가 뭐지?, 하고 묻는다면 당연히 굿 윌 헌팅이라고 대답할 사람이 많다. 

 

* 대강의 줄거리

지금은 아저씨가 된 맷 데이먼의 청년 시절의 모습을 보고 싶다면 이 영화에서 에너지가 넘차다 못해 반항기로 가득한 맷 데이먼을 볼 수 있다. 윌 헌팅은 천재이다. 그러나 제도권 밖에 있는 천재이다. 천리마 같은 존재인데 야생마이다. 엄청난 재능이 있으나 아무도 그 재능을 쓸 수 없는 사람이다. 심지어는 자기 자신도 그 재능을 쓰지 못한다. 그는 MIT 대학에서 청소를 하는 사람인데 취미는 어려운 수학 문제 풀기였다. 랭보 교수는 어려운 문제를 칠판에 적어 놓고 그 문제를 풀어 보라고 학생들에게 시키고는 했는데 청소를 하다가 심심했는지 윌이 그 문제를 풀어 버린다. 풀기 어려운 난제였는데... 문제는 풀렸으나 수업을 듣는 학생 중에 그 문제를 푼 사람은 없다. 야생마 천재가 풀었기 때문이다. 랭보 교수는 이 야생마를 잡고 싶어 한다. 그래서 덫을 놓는다. 더 어려운 문제를 칠판에 적어 놓는다. 머리는 좋으나 상대방의 의도 따위는 별로 관심이 없는 윌은 잡힌다. 그러나 그는 길들여지지 않는 존재였다. 이때 등장한 조련사가 바로 숀 맥과이어(로빈 윌리암스)이다.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도 좋은 선생님으로 나왔던 로빈 윌리암스는 이번에도 좋은 스승의 역할을 잘 해낼 수 있을 것인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영화는 예상대로 흘러간다. 그러니 줄거리를 정확하게 아는 것보다 영화 구석구석에 있는 장면이나 대사에 집중해서 보는 것이 좋을 듯.

 

 

* 맷 데이먼이 준 강렬한 인상

1970년 생인 맷 데이먼은 20대 초반부터 작품 활동을 했다. 당연히 출연한 작품이 많고 1997년에 굿 윌 헌팅이 인기를 끌면서 그다음부터는 거의 탄탄대로를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굿 윌 헌팅 이전에는 단역과 조연 위주의 출연이었지만 그 이후부터는 당연히 주연으로 출연했다. 출연 영화도 대작이 많았다. 아바타에도 출연할 뻔했으나 그가 스스로 거절했다고 한다. "인터스텔라"와 "마션"이 큰 인기를 끈 영화라고 할 수 있고 그 외에도 "본 시리즈"에서 주인공 역할을 맡기도 했다. 2015년에 출연한 마션은 흥행에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아카데미 주연상을 받을 뻔하기도 했던 작품이다. 나도 마션은 참 재미있게 봤는데 아무래도 고립된 곳에서 생존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에 주인공의 역할의 컸던 작품이었다. 맷 데이먼이 연기를 잘했을 뿐만 아니라 관객을 끌어당기는 매력을 충분히 발산했던 작품이다. 그래도 맷 데이먼 하면 나는 "굿 윌 헌팅"이 떠오른다. 그 정도로 "굿 윌 헌팅"은 나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찾아보니 맷 데이먼은 하버드 대학 영문학과 출신이었다. 보스턴 출생이고 하버드 대학은 다니다가 중퇴를 했다. 공부보다는 연기에 뜻이 있었기 때문에 굳이 하버드 대학을 졸업할 필요를 느끼는 못했던 것 같다. 벤 애플렉과는 절친이었는데 "굿 윌 헌팅"은 맷 데이먼과 벤 애플렉이 공동으로 각본을 작성했고 70회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했다. 두 사람은 각본을 쓰고 자신들이 주연과 조연을 맡았던 것. 맷 데이먼은 보스턴 출신이기 때문에 MIT나 하버드 대학교 주위의 분위기나 학생들의 성향에 대해서도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경험들을 각본에 잘 녹여냈을 것이다. 스물일곱 살에 아카데미 각본상을 받았고 그 이후에도 20년 넘게 할리우드에서 배우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맷 데이먼은 또 다른 아카데미상을 받았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그의 아카데미상은 각본상이 유일하다. 이 정도면 맷 데이먼이 윌 헌팅이지 않았을까 싶다. 시나리오 작가로도 성공할 수 있고, 아니 사실 성공했고 더 좋은 작품도 많이 쓸 수 있을 것 같지만 자신은 연기가 좋아서 연기만 하는 천재형 배우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나마 아카데미 주연상에 가장 가까웠던 작품이 "마션"이었는데 2016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그 상을 받은 것은 "레버넌트"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영화 타이타닉으로 20대에 이미 초대형 월드스타가 된 디카프리오도 아카데미 주연상은 2016년이 처음이었다. "레버넌트"를 보면 왜 아카데미가 디카프리오에게 상을 주었는지 알 수 있다. 

 

"굿 윌 헌팅"에 나온 맷 데이먼이 내게 깊은 인상을 남긴 이유는 아마도 그가 부러워서 그랬던 것 같다. 정식으로 교육을 받은 적이 거의 없지만 MIT 교수들도 힘들여서 푸는 문제를 아무렇지도 않게 풀어내는 천재적인 머리가 부러웠다. 아마도 나는 1997년이나 1998년에 영화를 보았을 텐데, 그때는 공학수학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사실 나는 대학에 가서 내가 수학에 별로 소질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니 윌 헌팅이 겁나게 부러워서 기억에 오래오래 남았던 것 같다. 

 

 

* 네 잘못이 아니야

굿 윌 헌팅의 명장면으로 꼽히는 부분에서 나온 명대사. 그런데 과연 이것을 명대사라고 할 수 있을까? 너무 흔한 말이다. 그래서 나는 그 장면을 다시 보았다. "굿 윌 헌팅"의 명장면으로 찾으니 금방 찾을 수 있었다. 2분 30초 정도 되는 영상이었는데 숀이 윌에게 심리 상담 분석 결과를 보여 주면서 하는 말이었다. 숀은 봉투 안에 들어 있던 분석 결과를 뜯어보지도 않는다. 이건 다 헛소리라고 말하면서 "네 잘못이 아니야"라고 말한다. 윌은 고아가 되었고 여러 번 입양되었다가 파양되었다. 그래서 그는 형이 12명이나 된다고 그의 여자 친구에게 말하기도 한다. 처음에는 친부모에게 버려지고 또 그를 입양했던 여러 부모들도 그를 다시 버렸다. 그러면서 그에게는 형제가 점점 늘어났지만 그에게는 진짜 부모도 진짜 형제도 없었다. 사실 윌 헌팅의 천재성은 그에게 오히려 치명적인 단점이 되었다. 그는 일종의 자기 보호 본능을 발휘하는데 천재적인 머리 때문에 그의 시도는 늘 단기적으로 성공하지만 결국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게 된다. 사람들이 윌의 단점을 지적하거나 윌의 행동을 시정하려고 하면 윌은 상대방의 더 큰 단점을 간파해서 그것을 파고든다. 세상에 단점이 없는 사람이 누가 있으랴. 그의 공격이 얼토당토하지 않다면 사람들이 그냥 무시하고 넘어갔겠지만 그의 말에는 늘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 상대방의 단점을 파고드는 데 성공하지만 사람들은 결국 윌을 몰아낸다. 그래서 윌은 그가 가진 엄청난 재능에도 불구하고 건설노동자로 대학의 청소노동자로 살아간다. 그것이 가치가 없는 일이라는 것이 아니라 윌은 자신이 원하지 않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렇게 그의 인생이 흘러가는 것에 대해서 숀이 윌에게 하는 말이다. "네 잘못이 아냐." 숀이 이렇게 말하자 윌이 말한다. "알아요" I know 윌은 알고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다시 또 숀이 "네 잘못이 아냐"라고 말하자 윌이 또 "알아요"라고 말한다. 숀이 또 말한다. 그러면서 "너는 네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잘 모른다"고 말한다. 그리고 계속 그 말을 반복한다. 윌은 자신을 열받게 하지 말라고 소리 지른다. 그런데 숀은 그 말을 무려 열 번 반복한다. 결국 윌은 울면서 숀을 안는다. 윌이 그렇게 비뚤게 자란 것이 그의 잘못일까, 그의 잘못이 아닐까? 딱 잘라 말하기 어렵지만 만약 둘 중에 하나만 고르라고 한다면 분명히 후자가 맞는 것 같다. 그건 그의 잘못이 아니다. 

 

 

* 나도 가끔 이 말을 듣고 싶나 보다

지금이 2022년이니까 1997년에 나온 "굿 윌 헌팅"은 25년 전 영화이다. 그런데도 아직도 이 영화가 생각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나도 이 말을 듣고 싶은 것 같다. "그건 네 잘못이 아냐." 뭔가 인생이 계획대로 되지 않고 삶에 문제가 발생하고 일들이 순탄하게 흘러가지 않을 때 그래서 그 모든 일이 나의 책임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럴 때 나는 나 스스로 숀이 되어서 나 자신에게 말한다. "그건 네 잘못이 아냐." It's not your fault. 그러면 마음이 조금 가벼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