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말한다

[영화] 노트북 (2004)_첫사랑은 영원하다

영화는설왕은 2022. 9. 9. 10:06

* 스포일러가 없습니다. ㅎㅎㅎ 일부로 줄거리를 뺐습니다. 

 

노트북은 2004년 영화입니다. 아마도 그때 영화관에서 본 것 같기도 하고요. 어디서 봤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봤다는 사실은 기억에 잘 남아 있던 영화였습니다. 그래서 언젠가 다시 한번 봐야지 하고 생각했던 영화인데 2022년에 다시 보았습니다. 2004년 영화인데 2022년에 봐도 하나도 촌스럽지 않고 즐겁게 잘 봤습니다. 그 이유는요.

 

 

1. 뭐, 노트북 주인공이 라이언 고슬링, 레이첼 맥아담스였다고?

노트북을 다시 보면서 출연진 이름이 나오는데, 라이언 고슬링이 처음 딱 나오더라고요. 사실 저는 좀 놀랐습니다. '뭐, 노트북 주인공이 라이언 고슬링이었다고?' 하고 마음속으로 소리쳤습니다. 라이언 고슬링은 유명한 배우죠. 몇 년 전에 정말 재밌게 본 라라랜드의 주인공이 바로 라이언 고슬링입니다. 그때 라이언 고슬링이라는 배우를 제대로 인지하게 되었죠. 그런데 그 라이언 고슬링이 제가 인상 깊게 보았던 노트북의 주인공이었다는 사실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여자 주인공은 레이첼 맥아담스입니다. 이 배우도 유명한 배우죠. 제가 기억하는 영화는 "어바웃 타임"입니다. 웃는 모습이 정말 예쁜 배우죠. 노트북은 2004년 작품이지만 2016년, 2020년 이렇게 두 번 재개봉했습니다. 아마도 가장 큰 이유는 주인공들 때문인 것 같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잘 나가는 두 배우의 20년 전 풋풋한 모습을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2. 첫사랑은 강렬하다

첫사랑은 강력합니다. 첫사랑만큼 순수한 사랑을 하기는 어렵죠. 누구나에게 첫사랑은 강렬합니다. 왜냐하면 첫사랑은 이것저것 재지 않고 상대방에게 끌리는 마음 하나만으로 세상의 모든 것을 다 버릴 수 있을 것 같은 사랑이기 때문이죠.  나이가 들면 들수록 그런 사랑을 하기는 어렵습니다. 점점 더 많은 것들을 계산하게 됩니다. 그러면 상대방을 사랑한다고 하더라도 상황이나 조건들 때문에 사랑을 선택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첫사랑은 아닙니다. 앞날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따위는 안중에도 없습니다. 사랑만으로 서로에게 돌진하죠. 그 사랑을 보여 주는 영화가 바로 이 "노트북"입니다. 저도 첫사랑 생각이 나더군요. 그때는 참 물불을 가리지 않고 서로에게 저돌적이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났습니다. 가끔은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어떤 사랑 묘사는 실제로 사랑에 빠져 본 적이 없는 사람이 쓴 상상일 때가 있습니다. 근데 이 이야기는 진짜입니다. 사랑에 빠져 본 사람이 쓴 이야기입니다.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라 그런지 대사도 좋고요. 그 소설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사랑에 대한 통찰도 돋보이는 영화입니다. 

 

 

3. 노아는 사랑의 고수다_결정적인 장면

강렬한 첫사랑을 다루는 영화나 드라마는 많이 있습니다. 첫사랑은 늘 강렬하니까 그에 대한 묘사만 잘하면 느낌을 살릴 수 있습니다. 첫사랑은 대개는 강렬하기는 한데 그리 오래가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서투르니까 그런 것이겠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잘 모릅니다. 처음이라 서툴러서 문제가 많이 발생하기도 하고요. 그러니까 무지하게 많이 싸우는 것 같기도 합니다. 서로 사랑하는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닌데 사람이 사람이 같이 살면 부딪치게 마련이고 한쪽이 지지 않으면 항상 문제가 발생합니다. 늘 한쪽이 지는 것도 좋은 것은 아니죠. 2022년에 노트북을 보면서 인상에 남는 대사가 있었습니다. 17살에 서로 사랑했던 노아와 앨리는 앨리가 대학에 가면서 헤어집니다. 그리고 1년 동안 노아가 앨리에게 매일 편지를 쓰지만 그 편지는 전달되지 않습니다. 앨리의 엄마가 그 편지를 중간에 가로챘습니다. 노아는 앨리를 포기합니다. 앨리도 노아를 잊게 가문도 좋고 부자이고 잘 생긴 남자를 만나서 약혼을 합니다. 두 사람은 이제 24살이 되었고요. 그런데 정말 우연하게도 앨리는 노아의 소식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그에게 가죠. 두 사람은 뜨겁게 재회하지만 앨리는 현실 앞에서 정신을 다시 차립니다. 그리고 다시 노아를 떠나려고 하죠. 그때 노아와 앨리가 말다툼을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저는 여기가 가장 결정적인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앨리가 노아에게 말하죠. 자신이 노아를 선택하면 이와 같은 일이 반복될 거라고 말입니다. 안정감이 없고 서로 늘 다투게 될 것이라고 그러면 두 사람이 불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이죠. 그런데 노아가 말합니다. 자신도 이렇게 불안정하게 서로의 감정을 건드리면서 다투게 될 것을 안다고 말이죠. 하지만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고 일어나게 놔 둘 거라고 말합니다. 오히려 자신은 이런 일을 원한다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자신이 앨리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저에게는 이 대사가 예술이었습니다. 

 

We fight.

We are gonna have to work at this every day but I want to do that because I want you. 

 

노아는 진짜 사랑의 고수였습니다. 제가 완전히 졌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사랑하는 사람이 제 감정을 건드리고 저도 그렇게 맞받아치면서 어떻게 나를 사랑한다면서 나에게 이렇게 대할까 하고 화가 나고는 했습니다. 그런데 노아는 이런 일들이 또 일어날 것이라고 그리고 일어나게 해야 한다고 오히려 말하죠. 왜냐하면 그게 바로 서로의 모습이니까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는 것이죠. 두 사람이 같이 있지 않으면 그런 다툼은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일어나야 하는 일입니다. 노아는 오히려 그것을 원한다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노아가 앨리를 원하기 때문이죠. 와... 제가 졌습니다. 누구라도 노아의 사랑에 대적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노트북이 진짜 실화라면 말이죠. 이 영화를 보고 나서 해야 할 말은 이것입니다. 

 

"세상에 '진짜 사랑'이 없다고 말하지 마라."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진짜 사랑은 발견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하지만 하나라도 있으면 있는 거예요. 세상에 사랑은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