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말한다

[영화] 워터월드(1995)_어설픈 블록버스터

영화는설왕은 2022. 12. 28. 22:12

1995년에 개봉된 대작 영화이다. 컴퓨터 그래픽이 그다지 발전하지 않은 시대에 인류의 먼 훗날을 그리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어떻게 그 먼 미래를 영화로 만들 수 있을까? 컴퓨터 그래픽이 없다면 직접 제작하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제작비가 어마어마하게 든 영화가 바로 워터월드이다. 영화를 제작하는 중간에 태풍이 닥쳐서 거대한 수상도시가 다 가라앉아버려서 제작비가 껑충 뛰었다고 한다. 제작비는 1억 7200만 달러로 개봉 당시 최고의 제작비를 들인 영화였으며 지금 화폐 가치로 환산하면 제작비 규모에서는 10위 정도에 해당하는 제작비를 들인 영화이다. 

 

* 줄거리

지구 온난화로 인해서 해수면이 급격하게 상승해 지구는 온통 물로 뒤덮이게 되었다. 그래서 영화의 제목처럼 '물세계' Water World가 되었다. 물세계에 살고 있다면 이 사람들이 원하는 곳은 어디일까? 바로 땅세계이다. 영화에서는 드라이랜드로 나오는데 드라이랜드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 와중에 악당들이 드라이랜드를 선점하고 지배하려고 애를 쓰며 주인공은 악당들과 싸운다. 그렇다면 결말은 어떻게 되었을까? 해피 엔딩이다. 

 

https://youtu.be/h-SY_u6QuMw

 

* 설정이 그럴듯하기는 했으나...

지금처럼 지구온난화가 문제가 되는 시기에 이와 같은 설정은 매우 그럴듯한 설정이었다. 북극과 남극의 얼음이 다 녹으면 해수면이 급격하게 올라갈 테고 그렇다면 지구가 온통 물에 잠길 가능성도 있다. 그런데 영화는 좀 치밀하지 못한 구석이 많이 있었다. 북극과 남극의 물이 다 녹는다면 정말 지구가 온통 물에 잠길까? 이거는 계산해보면 나온다. 내 생각에는 히말라야 산맥과 같은 고지대는 물에 잠기지 않을 것 같은데, 그렇게 높은 고지대가 지구에는 꽤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면 워터월드가 될 수는 없다. 억지스러운 설정이다. 지구의 해수면이 높아지고 결국 이 사태를 멈출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사람들이 가만히 있을까? 특별히 미국이 가만히 있을까? 아마 물에 잠기지 않는 지역을 알아내서 억지로 뺏을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이주하기 시작할 테고... 차라리 이렇게 좀 더 현실적으로 갔다면 더 재밌지 않았을까? 

 

* 액션 장면이 볼 만하기는 했다

컴퓨터 그래픽을 쓰지 않고 인공섬을 만든 노력이 대단해 보이기는 했다. 그러나 인간이 지금까지 이룩해 놓은 문명에 비교한다면 미래 시대에 사람들이 살기 위해 만든 인공 섬은 조악하기 짝이 없다. 만드는 데 고생은 했을 것 같고 돈도 많이 들었을 것 같으나 대단해 보이지는 않았다는 사실. 애쓴다 정도의 느낌. 액션 장면은 볼 만했다. 바다에서 제트스키 같은 것을 타고 전투를 하는 장면은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은 아니다. 몇 년 전에 나온 매드맥스가 워터월드와 비슷한 느낌인 것 같다. 컴퓨터 그래픽 없는 거친 액션 장면이 실감 나게 전달되었다. 

 

* 진화에 대한 어설픈 이해

주인공 케빈 코스트너는 워터월드라는 환경에 맞게 진화되었다. 귀 뒤에 아가미가 생기고 발가락에는 물갈퀴 같은 것이 발생했다. 그래서 나는 찾아보았다. 진화의 역사에서 척추를 가진 어류가 등장한 것은 오르도비스기로 약 4억 7천만 년 전이다. 그리고 포유류가 나타난 것은 그리고 포유류가 등장한 것은 중생대 초기 트라이아스기로 약 2억 년 전이다. 어류에서 포유류로 진화하는 약 3억 년이 걸렸다. 그런데 인간에게 아가미가 생기고 물갈퀴가 생긴다는 것은 다시 어류가 되어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과연 이와 같은 진화가 발생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어느 정도일까? 영화의 배경으로 보면 몇천만 년 정도 흐른 시점이라고 볼 수 없다. 가까운 미래일 것 같은데 이와 같은 진화가 일어났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 정도면 자연스러운 진화라기보다는 X맨이 등장한 것으로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인류의 불안정한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답변에 오락성을 가미한 영화 정도로 만든 것 같은데 주인공의 귀에 아가미를 달아줌으로써 영화가 갑자기 만화영화 같이 되어버렸다. 그럴 거면 차라리 X맨 같은 분위기로 만드는 것은 어땠을까?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여러 가지 설정을 한 것 같은데 그 설정 때문에 오히려 집중이 안 되는 영화이다. 

 

그리고 만약에 지구가 정말 워터월드가 되어서 인간이 바다에서 생활해야 한다면 아마도 고래와 같이 진화될 가능성이 높을 것 같다. 즉 아가미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잠수한 채로 물에서 지낼 수 있는 시간이 길어지는 쪽으로 진화가 일어날 것 같다. 물론 진화라는 것은 방향성이 없는 것이라서 예측하기 어렵지만 기존 사례에서 보면 포유류가 다시 어류가 되는 것보다는 고래처럼 물속 생활에 적응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화된다고 예측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고래가 땅에서 다시 바다로 돌아가는 데도 몇백만 년의 시간이 걸렸다. 그러니까 인간이 자연환경에 적응해서 진화했다는 설정 자체가 매우 섣부른 설정이었다. 

 

주인공의 귀에 아가미를 달아놓음으로써 매력을 떨어뜨려 놓았던 것이 영화가 흥행하는 데 장애가 되지 않았을까 추측해 본다. 주인공은 무엇보다도 매력적인 사람이어야 하는데 어류로 진화 중인 인간이라니... 아무래도 그런 사람을 좋아하기는 힘들었던 것 같다. 마지막에 주인공은 드라이랜드에서 떠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주인공은 땅에서 사는 것보다 바다에 사는 것이 더 적합한 생명체이다. 그리고 땅보다 바다가 훨씬 더 넓고 먹을 것도 많지 않나? 주인공은 땅에서 사는 것이 적합하지도 않고 굳이 땅 위에서 살 이유도 없다. 주인공이 드라이랜드를 떠나도 하나도 아쉽지 않았다. 

 

* 정리

- 보여 주고 싶은 것이 많아서 오히려 산만하고 매력이 떨어지는 작품

- 진화에 대한 어설픈 이해가 불러온 억지스러운 설정

- 매드 맥스의 바다 버전이 보고 싶다면 추천할 만한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