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말한다

[영화] 해피엔딩 프로젝트(2012)_당신의 기억이 사라진다면

영화는설왕은 2023. 1. 7. 18:44

2012년에 나온 캐나다 영화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14년에 개봉했다. 아마 본 사람이 많지 않을 것 같다. <해피엔딩 프로젝트>는 노부부의 이야기이다. 우리나라 제목은 <해피엔딩 프로젝트>이지만 원래 영화 제목은 Still Mine이다. 여전히 나의 것이라는 뜻이다. 89세 된 할아버지가 아내를 위해서 집을 짓는 일을 다루고 있는 영화이다. 이 영화를 수입하고 배급한 사람이 볼 때는 집 짓는 일이 깊은 인상을 남겼는지 <해피엔딩 프로젝트>라고 지은 것 같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집을 사랑하는 마음이 커서 그랬는지 원제와는 거리가 멀게 제목을 지었다. 이 영화는 노부부의 사랑을 담고 있는 영화이다. Still mine이라는 말은 주인공 할아버지가 자신의 아내에게 하는 말로 주인공 할아버지의 변함없는 사랑을 드러내는 말이다. 원제가 훨씬 더 영화의 내용을 잘 표현하고 있다. 

 

 

* 왜 집을 지었나?

한 마디로 대답하면 크레이그(남자 주인공)는 아이린(여자 주인공)을 사랑해서 집을 짓는다. 원래 살던 집이 너무 넓어서 이동이 어려웠던 노부부에게는 적합하지 않았고 오래된 집이어서 불편한 것이 많았다. 또한 아이린은 알츠하이머가 진행되고 있어서 두 사람에게는 남은 날이 그리 길지 않았다고 느꼈던 것도 큰 이유였던 것 같다. 마침 크레이그는 넓은 땅을 소유하고 있었고 지금 살고 있는 곳보다 더 경치 좋은 곳에 집을 짓기 시작한다. 

 

* 문제는?

이 영화의 내용은 크레이그가 집을 지으면서 겪는 문제를 다루고 있다. 자기 땅에 자기가 살 집을 짓는 것이지만 허가가 필요한데 크레이그는 그것을 모르는 채 그냥 집을 짓기 시작한다. 그런데 친구가 와서 허가를 받으라고 알려 주어서 해당 기관에 가서 허가를 받으려고 하는데 설계도가 없어서 허가를 받지 못한다. 결국 손자의 도움을 받아서 설계도를 준비하고 허가를 받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허가받은 재료를 가지고 집을 지어야 하는데 크레이그는 자신의 경험으로 알고 있는 대로 재료를 사용한다. 결국 공사 중지 명령이 떨어진다. 크레이그는 허가를 받기 위해 여러 가지로 노력을 해보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아이린의 상태가 더 악화되자 크레이그는 하루빨리 집을 지어야 한다는 생각에 공사를 강행한다. 결국 크레이그는 기소된다. 크레이그가 기소되어서 재판장에서 변론을 하는 것으로 영화는 시작하고 재판 결과가 나오는 것과 함께 영화는 끝이 난다. 

 

* 감동을 주는 영화이기는 한데...

크레이그가 아이린을 사랑하는 마음과 행동으로 인해 감동을 주는 영화이기는 하다. 크레이그는 자기 땅에 자기가 살 집을 자기 마음대로 못 짓게 하는 관계 당국에 대해서 불만을 품지만, 나는 크레이그 편에 서지는 못 했다. 당연히 허가를 받아야 하고 세금도 내야 하고 검증받은 재료로 집을 지어야 한다. 사람들이 자기 땅에 자기 마음대로 건물을 올린다면 어떻게 될까? 매우 혼란한 세상이 될 것이다. 나는 사실 크레이그를 이해할 수 없었다. 돈이 없어서 자기가 직접 집을 짓는 것이라면 이해를 하겠는데 크레이그는 재산도 많은 사람이었다. 그렇게 많은 문제에 부딪친다면 어느 순간에 자신이 집을 짓는 것을 포기하고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물론 자기 스스로 아내를 위한 집을 짓는다는 것은 의미가 있는 일이겠으나 자신이 집 짓는 것에 집중하는 동안 아이린은 누가 돌볼 것이며 관계 당국의 지시를 따르지 않아서 감옥에 가게 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크레이그의 행동이 꼰대 같았다. 그래도 크레이그가 아이린을 사랑한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 기억에 대하여

아이린도 자신이 알츠하이머 병에 걸렸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크레이그에게 모든 것을 다 잊어버리면 어떡하냐고 묻는다. 그러자 크레이그가 그러면 어떠냐고 우리는 살아 있고 같이 있으니까 괜찮다고 말한다. 여전히 당신은 나의 아이린이라고 대답한다. 그래서 생각해 보았다.

기억이라는 것은 얼마나 중요한 것일까?

 

젊었을 때는 기억이 안 나는 일이 별로 없었다. 모든 일을 세세하게 다 기억하지는 못해도 주요한 사건들은 모두 다 기억이 났고 그것을 같이 경험한 사람이 말해 주면 그때 일들이 기억에 떠오르고는 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오래전 일은 점점 더 기억 바깥으로 나가버리고 최근에 겪었던 일도 기억이 안 날 때가 있다. 그때 이랬잖아, 라고 말을 해줘도 기억이 잘 안 날 때가 많다.

 

이러다가 기억력이 점점 떨어질 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하게 된다. 치매에 걸리는 사람이 꽤 많고 내가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보장할 수 없다. 다 잊어버리면 어떡하지? 그러면 인생 전체가 부정당하는 것일까? 내가 몇십 년을 사랑한 사람조차 기억을 못 한다면 나는 괜찮을까? 나의 아내는 괜찮을까? 누군가를 나를 기억해 주는 것, 그리고 내가 누군가를 기억하는 것이 정말 가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왜냐면 사람은 죽으니까 결국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에게 나는 기억으로만 남을 수 있다. 그러니까 기억하는 것, 기억되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기억이라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 것일까? 이 영화를 보면서 아닐 수도 있겠다고 느꼈다. 어쩌면 크레이그가 말한 대로 살아 있고 같이 있는 것이 더 소중한 일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나를 기억 못 하면 어때? 우리가 이렇게 살아 있고 서로 같이 있는데. 

 

 

* 마지막으로

나는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가끔 그런 생각을 해 봤다. 학생들은 나를 기억할까? 아마도 기억하지 못할 것 같다. 수업을 할 때는 칭찬을 해주기도 하고 서로에게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지만 수업이 끝나면 다시 볼 일도 없는데 나를 기억할까?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 이유는 나도 학생들을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내가 학교에 남아 있는 사람도 아니기 때문에 학교로 찾아온다고 해도 나를 만날 수는 없다. 그래서 수업에 임할 때 나의 마음가짐은 내가 지금 이 시간 학생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끼치고 그래서 그들의 삶이 조금이라도 더 윤택해지고 행복해질 수 있다면 거기서 만족하자는 것이다.

 

그대들이 나를 기억 못 하면 어떤가.
우리가 이 시대에 살아 있고 서로에게 도움을 주면서 함께 웃을 수 있다면 그걸로 오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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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속을 걸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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