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말한다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 (2001)_그 사이에는 아무것도 없다

영화는설왕은 2023. 2. 12. 12:00

"냉정과 열정 사이"는 같은 제목의 일본 소설을 영화로 만든 작품이다. 나는 조수미 씨가 부른 노래 "냉정과 열정 사이"를 들으면서 제목을 기억하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부분이 있는데, 가사는 다음과 같다. 

 

첨 당신 내 맘에 작은 빗줄기 뿌리던 날을
긴 외로움 끝에 당신 만났죠 그 서늘한 순간

 

이 중에서도 특히 좋아하는 부분은 "그 서늘한 순간".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었을 때 그 낯선 느낌, 마치 심장에 찬물을 끼얹는 듯한 충격이 느껴졌던 그 서늘한 순간. 나도 그랬는데. 다들 그러는구나 하고 심하게 긍정하며 들었다. 그래서 언젠가는 꼭 꼭 "냉정과 열정 사이를 봐야지"라고 생각했는데 2022년이 되어서야 보았다. 

 

 

"냉정과 열정 사이"는 준세이와 아오이 사이의 사랑을 그린 영화이다. 일본 영화인데 이탈리아가 배경이다. 일단, 도입 부분은 합격. 이탈리아에서 일본 사람을 보는 것 자체가 신선했다. 준세이는 유복한 집 자식으로 대학 때 만난 아오이와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집안의 반대와 알 수 없는 아오이의 행동으로 헤어진 뒤 전공하던 국문학 공부를 포기하고 이탈리아로 떠난다. 그곳에서 평소에 준세이가 가지고 있던 미술에 대한 재능을 살려 고미술품 복원사가 되기 위한 수습생으로 들어간다. 꽤나 재능이 있었던 준세이는 금세 실력을 인정받아 비중 있는 작품의 복원을 맡게 된다. 

 

🙉 이 영화를 보고난 후 당신은 두오모 성당에 가고 싶을 것이다

<냉정과 열정 사이>를 상징하는 장소가 있다. 바로 이탈리아 피렌체의 두오모 성당이다. 아오이가 두오모 성당이 연인을 위한 성지라고 말하면서 준세이에게 그곳에 같이 가자고 말한다. 왜 두오모 성당이 연인을 위한 성지가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왠지 그냥 믿음이 간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같이 두오모 성당에 올라가야 할 것 같다. 

 

두오모 성당


😁 추천합니다 

일단, 여기까지... 안 보신 분들은 일단 보시길...

 

다음과 같은 분에게 추천합니다.

1. 지금 사랑하고 있는 분. 그 서늘한 순간을 느끼는 남녀를 볼 수 있습니다. 

2. 사람이 살면서 꼭 사랑해야 하나, 하고 의문을 품고 있는 분. 준세이와 아오이를 보세요. 

3. 이국적인 장면 좋아하는 분. 이탈리아에서 미술 복원사로 일하는 일본인을 볼 수 있습니다.

 

영화를 보고 다음으로 넘어가시길...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마지막 5분을 뺀 "냉정과 열정 사이"

스무 살의 나이에 만나 사랑을 나누던 준세이와 아오이는 헤어진다. 아오이는 마빈이라는 남자와 동거하고 준세이는 메미라는 예쁜 여자 친구가 있다. 두 사람이 서로에게 가지고 있던 열정이 식어 버리고 냉정의 시간을 가지게 된다. 아오이는 마빈과 잘 지내고 마빈은 아오이에게 참 잘해 준다. 두 사람 사이 관계는 아무런 문제도 없어 보인다. 서로를 아껴 주고 격려해 주고 배려해 준다. 그러나 그냥 거기까지. 그냥 같이 있을 뿐 아오이의 마음은 열정이 없는 냉정 상태이다. 준세이도 마찬가지이다. 메미는 약간 다혈질인 것 같기는 하지만 준세이를 엄청 사랑한다. 준세이가 이탈리아에서 일본으로 돌아가자 메미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무작정 준세이를 따라 일본으로 돌아온다. 준세이는 메미와 같이 잘 지내기는 하는데 메미와 같이 있으면서도 아오이를 생각한다. 냉정 상태. 그러나 자신도 냉정 상태를 극복해 보려고 노력한다. 

 

일본에서 사귀던 준세이와 아오이는 이탈리아에서 다시 만난다. 갑작스러운 이별이었다. 스무 살의 사랑이 얼마나 견고할 수 있을까? 누군가 한 사람이  한순간의 감정에 휩싸여 날카로운 말 한마디를 뱉어내고 그 말로 인해 마음에 상처를 입은 사람이 떠나면 그걸로 끝이다. 공들여 쌓은 사랑은 한순간에 와르르 무너져 내린다. 마치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었던 것처럼. 그래, 원래 없었던 것이었으니까 없어져도 잘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준세이. 그러나 준세이는 아오이를 잊을 수 없었다. 준세이 안에는 여전히 아오이를 향한 열정이 있었다. 아오이가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일하고 있는 소식을 들은 준세이는 아오이를 찾아간다. 왜 찾아갔을까? 준세이가 가지고 있는 열정을 아오이도 가지고 있었는지 궁금했던 것 같다. 만약 그렇다면 서로가 잊지 못하고 있다면 다시 만나야 했다. 준세이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아오이 옆에 있는 마빈은 아오이와 잘 어울린다. 게다가 엄청난 부자이기도 하고 아오이를 아끼고 사랑하는 것 같다. 문제는 아오이가 흔들리지 않았다는 것. 준세이를 봤고 같이 있는데도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는 데에 준세이는 충격을 받은 것 같다. 

 

준세이는 자신이 복원하던 그림을 누가 망가뜨려 버려서 난처한 처지에 놓인다. 중요한 작품을 복원하지 못하고 오히려 망쳐버린 복원실은 당분간 문을 닫게 되고 준세이는 일본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왜 아오이가 준세이를 떠났는지 알게 된다. 마치 퍼즐 조각이 맞추어지듯 조각난 진실들을 모아서 오해를 풀게 된다. 그러나 자신이 오해를 풀었다고 아오이가 다시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아오이는 흔들리지 않았으니까. 준세이는 아오이에게 길고 긴 편지를 쓴다. 아오이와의 추억을 글로 옮기고 그의 행복을 빌어 준다. 

 

다시 일본에 정착하고 살려고 했던 준세이는 그림 복원에 대한 마음을 접지 못하고 다시 이탈리아로 떠난다. 준세이는 아오이가 마빈과 함께 잘 살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아오이를 찾지 않는다. 대학생 때 준세이와 아오이는 어느 날 10년 후 아오이의 생일에 이탈리아 피렌체의 두오모 성당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는데 그 날이 되자 준세이는 두오모 성당 꼭대기로 올라간다. 당연히 아오이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아오이 역시 그곳에 와 있는 준세이를 뒤에서 바라본다. 그렇게 두 사람은 만난다.

 

그렇게 끝이 나냐고? 아니다. 이제 영화는 5분 정도 남았다. 

 

영화를 안 보고 여기까지 읽으신 분 중 마지막 5분이 궁금하신 분은... 영화를 보셔요. ^^

 

 

🎈 냉정과 열정 사이에는 아무것도 없다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하지 않는 사람 사이의 차이는 무엇일까? 그냥 다 똑같이 사는 것 같은데 말이다. 준세이도 메미와 대충 같이 살 수 있을 것 같고, 아오이는 마빈과 꽤나 잘 어울렸다. 아오이는 준세이보다 마빈이 더 어울리는 것도 같았다. 그러나 아오이는 마빈을 사랑하지 않는다. 준세이는 메미를 사랑하지 않는다. 준세이와 아오이가 같이 있을 때, 두 사람은 모두 열정 상태였는데 두 사람이 헤어져 있을 때는 냉정 상태에 계속 머물러 있다. 사람이 왜 냉정과 열정만 있을까? 그냥 미지근한 상태도 있을 수 있고 선선한 상태도 있을 수 있는 것 아닌가? 대충 비슷한 사람끼리 모여서 의지하면서 살면 되지, 뭐 꼭 사랑이라는 열정이 필요할까? 그것 없이 냉정한 상태로 사는 것은 좀 가혹하니까... 그냥 좀 미지근하거나 적당히 시원한 상태로 살면 안 되는 것일까? 그래도 될 것 같은데 준세이와 아오이는 중간이 없다. 냉정, 아니면 열정이다. 대충 중간 정도에 머물러 살면 더 편할 것 같은데, 냉정과 열정 사이에는 아무것도 없다. 내가 볼 때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이것이다. 냉정과 열정 사이에는 아무것도 없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삶은 열정이다. 열정이 허락되지 않는다면 삶은 냉정이다.  

 

그렇다면 당신은 냉정 속에서 살 것인가, 아니면 열정 속에서 살 것인가?

사랑하며 열정적인 삶을 살 것인가, 사랑하지 않고 냉정한 삶을 살 것인가?

 

 

😎 EBS 세계의 명화 방영 일시: 2023년 2월 18일 (토) 밤 9시 40분